
대룡산 산사태로 하천 범람
곳곳에 쓰레기들 폭탄 맞은듯
"도로공사 늑장 대처" 지적
폭우가 거세게 몰아친 15일 오전 춘천시 동내면 사암1리 마을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뿌리째 뽑힌 나무가 나뒹굴고 하천이 쓸고 간 논들은 모래와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엿 가락처럼 휘어진 비닐하우스와 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료포대와 막걸리 병 등 생활쓰레기는 폭탄을 맞은 듯 보였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진흙 빛의 소하천은 길이 6m, 높이 2.5m의 마을 다리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했다.
다리 옆에서 포클레인 2대가 흙과 바위를 실어나르며 하천 제방을 60㎝ 가량 더 높였으나 1시간이 지나자 금세 하천 물이 제방 끝까지 차올랐다.
이곳은 지난 14일 대룡산의 산사태로 인해 계곡물이 급격하게 내려오면서 하천이 범람했다. 집과 300여㎡의 밭이 범람한 물에 침수 피해를 입은 송종성(55)씨는 이날 한창 복구작업을 하고 있었다.
송씨는 “대룡산의 산사태로 인해 계곡물이 마을 하천으로 급속도로 흘러들어 소하천이 범람했다”며 “범람한 물길이 양쪽의 논과 밭을 집어삼켰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춘천~서울 고속도로를 지나는 가로 3m 세로 3m의 암거가 토사와 나무로 막혔을 때 도로공사에서 빠른 대처를 했다면 하천 범람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 도로공사와 산림청, 춘천시가 합동으로 원인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산사태가 발생한 즉시 암거가 막힌 부분은 제거했다”고 말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