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산·무진지구 600여명 주민들 산사태·축대 붕괴 불안
주택 황토벽 무너지고 토사 쏟아져 “하루빨리 조치해야”
강한 장대비가 쏟아지던 15일 오전 봉산동 무진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윤명숙(여·55)씨는 옷이 비에 젖는지조차 모른 채 집 주변 이곳 저곳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을 헤치고 다니던 윤씨는 “지난해 폭우로 앞집 축대가 무너지는 아찔한 광경을 직접 봤다”며 “앞집과 옆집이 불안하다며 이사를 갔고 우리집도 산에서 쏟아지는 토사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봉산·무진지구는 1950~1960년대 야산을 깎아 주민들이 정착한 산동네다.
장마철만 되면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600여명의 주민들이 언제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르는 재해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일 밤에는 집에서 아들과 잠을 자던 이영환(54·무진지구)씨의 집 황토벽이 비에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로 3m, 세로 2m의 황토벽이 방쪽이 아닌 외부 방향으로 무너져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벽들도 며칠 동안 내린 비로 흠뻑 물을 머금고 있어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채순봉(여·58·무진지구)씨는 자신의 집 축대를 가리키며 “3m가 넘는 축대가 조금씩 기울고 있는데 혹시나 축대가 무너지며 지나가는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축대 무게를 낮추기 위해 축대 위쪽의 벽돌을 다 빼기는 했지만 아래쪽 축대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봉산지구 주민들 사정도 비슷했다. 미륵암(봉산지구) 현오스님은 “암자 뒤편 야산에서 비만 오면 물이 쏟아져 내려오며 해마다 암자를 오르는 계단 등 진입로가 파손되고 있다”며 “자칫 산사태가 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011년 축대 붕괴사고를 당한 이명희(여·48)씨는 “지금도 비가 오면 그때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재해위험지구로 지정이 됐으면 하루 빨리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 주민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147가구 350여명이 거주하는 봉산지구 1001-3번지 3만여㎡와 139가구 270여명의 주민이 있는 무진지구 1008-1번지 2만9,000여㎡ 등 총 5만9,000여㎡를 붕괴위험지구로 지정해 2014년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윤석기자 papersuk1@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