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약사천 하수관공사가 침수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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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효자1동 주민 사상 최악의 침수피해 원인 지목

기존 하수관 안에 파이프 3개 추가 설치 수압 높아져

시 “약사천 파이프 연결공사 전 검토 당시 문제없어”

속보=춘천시 효자1동(운교동·약사동)일대에서 발생한 도심 침수가 올 초 약사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시행된 하수관 공사(본보 지난 15일자 5면 보도)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께 침수된 골목과 폭 4~5m가량의 도로를 사이에 둔 바우연못에서 1차 역류가 발생했다.

바우연못은 춘천시 교동과 효자동 등 인근에서 흐르는 물을 잠시 모아두는 저류지로 이 물을 정화해 약사천으로 공급한다.

바우연못은 이날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1m 이상 지하로 꺼지며 흙탕물이 넘쳤다.

연못이 불어난 물을 견디지 못하자 지하 하수관으로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며 구 운교동 파출소 인근 배수구가 넘치고 맨홀 일부가 터져 흙탕물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도로 건너편 내리막인 춘천우체국 골목으로 유입돼 성인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것이다.

이 지역은 15일 오전에도 시간당 20㎜ 안팎의 호우가 내리자 또다시 물이 역류하며 40㎝ 이상 차올라 2차 침수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연못과 골목 상류 등이 터지면서 역류가 시작된 원인으로 올 초 준공된 하수관 공사를 지목했다. 주민들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골목 지하엔 기존 가로 1.5m 세로 2m, 가로 3m 세로 2.5m의 하수관이 묻혀 있었다.

또 배수구 사이로 하수관 안을 들여다보자 관 속에 3개의 대형파이프가 있었다.

이는 소양취수장에서 약사천으로 물을 공급하는 300㎜ 파이프관 2개와 바우연못과 약사천을 연결하는 150㎜ 파이프관으로 올 초에 새로 설치됐다.

기존 하수관 안에 추가로 파이프가 3개가 더 설치되며 결국 빗물이 통과해야 할 하수관의 단면적이 줄고 더 많은 수압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 공사를 하며 골목을 새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배수구가 아스팔트에 덮여 골목 하류에서 물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날 주민들이 안내해준 일부 배수구는 공사중 아스팔트에 묻혔다가 주민들의 항의로 포장을 걷어내며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수구 뚜껑을 3개나 쌓아 놓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약사천과 하수관거 공사 이후 오히려 빗물이 내려가는 관이 더욱 좁아져 물이 역류해 연못과 맨홀이 터진 것”이라며 “여태껏 한 번도 침수된 적이 없었는데 올해 달라진 것은 좁아진 하수관과 사라진 배수구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약사천으로 연결된 파이프가 물 흐름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공사 전 검토한 바가 있지만 당시엔 문제가 없었다”며 “문제점 개선을 위해 정확한 역류 원인을 재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기영·박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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