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인 취급 전염병 따돌림 발생…사회적 갈등 관심 가져야
“웬만하면 오지 말지?”
거주지는 춘천이지만 직장이 있는 원주로 출퇴근하는 박모(27)씨는 26일 친구들로부터 당분간 고향에 오지 말아 달라는 '농담 반 진담 반' 권유를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박씨는 “정말로 심각하다는 생각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면 춘천에 갈 생각”이라며 “확진자가 아닌데도 주변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데, 확진 판정이라도 받으면 완전히 배척당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원주 체조교실에서 무증상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A군의 아버지도 “아이가 근거도 없이 슈퍼전파자로 공격받는 현실을 부모로서 보고만 있기 정말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지만 '어디서 감염된 건지 공개하라'는 댓글만 쏟아졌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확진자와 그 가족, 지인들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확진자를 범죄인 보듯 하면서 심각한 따돌림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감염 경험자들은 완치된 후에도 이 같은 시각은 바뀌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일명 '전염병 따돌림' 현상은 어김없이 일어났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장기적인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코로나 왕따'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방역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갈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갈등은 어쩌면 질병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예방하지 않으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다”며 “이번 사례를 가벼이 봐서는 안 되며 반드시 갈등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