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측 기관사, 제진역장 만나 “같은 동포로서 너무 반갑다”
“여기 감호역입니다. 열차가 잘 도착했습니다.”
17일 오후 3시15분께 고성 제진역으로 내려왔던 북한 열차가 무사히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감호역을 통과했다는 전화가 우리측 고성 제진역으로 오면서 숨가빴던 동해선 시범운행 행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혹시 모를 돌발사고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철도공사 및 철도시설공단 직원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쉈다.
이날 시범운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진역장직을 맡았던 배용곤(45)철도공사영업계획부장은 “57년만에 재개된 동해선 철도 시범운행에 종착역인 제진역장으로 근무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동해선이 정기운행된다면 다시 제진역장을 맡아 남북교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배역장은 이날 제진역에 도착한 북측 열차의 기관사를 찾아 인사를 나누며 같은 철도공무원으로서의 감회를 나눴다.
로근찬(48)북측기관사는 배역장의 인사에 “같은 동포로서 만나게 돼서 반갑다”며 “앞으로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이날 시범운행에 나선 북한 열차의 기관석에 동승했던 김동율(45·동해기관차승무사업소)기관사는 “북측 기관사들이 다소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먼저 말을 걸어오고 허물없이 대해줘 고마웠다”며 “북측 기관사들은 남한 철도 사정에 관심이 무척 많더라”고 했다.
한편 동해북부선 유일의 생존 기관사인 강종구(87·고성군현내면)씨는 비록 열차에 탑승하지는 못했지만 아침부터 제진역에 나와 있다가 북한 열차 기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강씨는 “반세기만에 동해선을 통해 열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나니 당장이라도 열차에 올라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어서 정기열차가 운행돼 동해선을 타고 북한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했다. 고성=최성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