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동해선열차 시험운행]통일의 기적소리로 이어졌으면

57년만에 남북열차가 개통된 17일 춘천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관련 뉴스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효석기자

 -속초 아바이마을 실향민·이북5도민회 등 관심…하루빨리 전면 개통 바라

 “남북 열차의 우렁찬 기적소리가 통일의 기적소리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17일 실향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동해선·경의선 열차 시험운행을 마을회관에서 TV로 지켜본 아바이마을 실향민들의 표정에는 희망과 아쉬움이 엇갈렸다.

 해금강 인근 북고성군 입석리가 고향인 박정희(여·76)씨는 “열일곱살 때 부모님과 헤어져 삼촌들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며 “부모님과 동생 생각이 하루도 가실 날이 없었는데 남북 철도가 이어져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1·4후퇴 당시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이부익(73)씨도 “고향이 코앞인데 가보지 못해 평생의 한으로 남는다”며 “기차길이 열렸으니 고향에 가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감격해 했다.

 탑승자 명단에 실향민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박재권(75) 속초시청호동노인회장은 “정부로부터 초청이나 문의가 전혀 없어 실망하고 있다”며 “아직 아바이 마을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마당에 열차 시험운행에까지 빠져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 마을에 사는 김준만(77)씨는 “꼭 타고가야 할 사람은 빠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만 탄 것 같다”며 “만약 다음에도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지면 그 때는 실향민 위주로 정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지켜본 시민들의 마음은 하루종일 설랬다. 열차 시험운행에 그치지 않고 하루빨리 전면 개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도 한결 같았다.

 대학생 김진영(27·원주시명륜1동)씨는 “북측과 차근차근 일을 잘 해서 동해선과 경의선 시범운행이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마음의 벽까지 없애주기 바란다”고 했다.

 회사원 이민형(34·춘천시교동)씨는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정부가 좀더 노력해 양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만송 이북5도민회도연합회장은 “한시적인 군사보장이지만 분단 후 처음 기차가 남북을 오간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며 “국토분단과 향토분단을 동시에 겪고 있는 도내 실향민들이 하루빨리 동해선을 타고 북녘 고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유만영 도통일위원회연석회의장은 “57년 만에 시험 운행된 동해선 철도는 6·15 공동선언 이후 통일운동사의 또 다른 쾌거”라며 “통일의 중요한 길목인 올해 강원도통일축전 등 다양한 민간통일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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