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문화재로 보는 우리역사]편지 대상·상황따라 문양 바꿔 풍류와 감성 시각적으로 표현

38. 시전지(詩箋紙)에 담은 사랑…그리움②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연꽃 무늬 시전지판(木彫蓮花文詩箋紙板).

현재 시전지를 최다 보유하고 있는 단일 소장처는 국립고궁박물관(19만2,000매 소장)이다. 문헌과 자료 속의 시전지는 고려시대의 '남양선생시집' '동국이상국집' '급암선생시집' 등에서부터 확인된다. 실물 문화재로서는 16세기 초부터 죽책 문양의 시전지가 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6세기에는 죽편을 연결한 모양으로 종이 전면을 꾸미고, 우측에는 작은 문양과 짧은 문구를 넣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중국산 채전(彩箋)과 문양전(文樣箋)이 등장한다. 청나라 시전지의 수입과 유행에 더해 일본산도 이용됐다. 이때에 이르러서 크기는 규격화(엽서 2장 정도)되고, 인쇄방법도 목판인쇄에서 스탬프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시전지 전문 인기 상점도 등장하게 된다.

시전지는 단어 그대로 본래는 시를 쓰기 위해 제작됐으나 사실상 편지를 쓸 때 주로 사용됐다. 종이가 귀하던 시대에 문인들이 문안과 감정교류를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도 지극한 수단은 작시(作詩)와 필적(筆跡)의 수수(授受·주고받음)였다.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최고 물품도 이와 연관된 시전지이거나 편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대체로 개인이 집 안에 시전판을 소장했다가 필요할 때 시전지를 만들어 사용했다. 받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문양을 사용해 풍류와 감성을 시각적으로 담고 상대에 대한 그리움까지 전달했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시전지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목판인쇄 체험과는 콘텐츠와 스토리빌딩 면에서 차별화를 가진다. 문화요소로서의 '시전지'가 가진 '스토리'와 의미를 발굴해 신병훈련소에 입영하는 군장병 가족을 체험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은 시전지의 인쇄(Stoty telling), 그리움을 담은 손 편지 쓰기와 퇴소 전 날에 맞춰 입영장정에게 전달(Story making), 감동과 공감을 통한 문화공동체 형성(Story building)의 과정으로 기획됐다.

진정성은 통한다고 했던가. 시전지 체험을 통해 손편지를 주고받은 부모 자식 관계, 연인, 친우들에게는 잊지 못할 평생의 편지가 되고 있다.

<김순옥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관련기사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