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장군봉 아래 갈둔유적
10만년 전 첫 정착의 흔적
인구 규모로 보면 강원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가장 작은 행정구역이다. 인구는 150만명이 조금 넘고 대표적인 도시들은 전통시대에 형성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그리 변화하지 않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이런 강원도에 사람들의 발길이 처음 닿은 것은 과거 언제쯤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이 처음 정착한 곳은 강원도 안에 어느 지역이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 몇몇 무리의 사람이 춘천 소양강변의 어느 산 아래 언덕에 나타났다. 그들은 볕이 잘 드는 언덕에 막집을 짓고 불을 피웠다. 주변의 흔한 돌을 깨서 날카로운 석기를 만들었고, 그들을 둘러싼 산악지대를 무대로 사냥과 야생 열매 채집을 하며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지금의 춘천시 중도 건너편의 장군봉(해발 187m) 아래 금산교회가 있는 주변에서 발굴된 '갈둔유적'이 바로 강원도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의 흔적이다. 과학의 힘을 빌어 그 시기를 측정한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만 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들은 아마 곧선사람(호모에렉투스)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
정착했던 기간이 꽤 길었는지 갈둔유적에서는 많은 양의 석기가 출토되었다. 특히 상당히 많은 양의 주먹도끼가 발견되어 주목되었다. 주먹도끼는 곧선사람들이 만들기 시작한 도구로 하나의 석기가 여러 기능을 갖고 있어 오늘날의 맥가이버칼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 게다가 형태적 대칭성과 단순한 도구 이상의 예술성까지 갖고 있어 우리 조상들에게서 예술성이 싹트기 시작한 첫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갈둔에 정착했던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유적에서 발굴된 도구의 종류나 성격을 보아 현재로서는 경기도 임진강 유역의 전곡리유적으로 대표되는 구석기문화와 가장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한반도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삶의 영역을 서서히 확장해 온 구석기인들이 북한강유역을 따라 춘천으로 들어온 것이 아닐까?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그들의 비밀이 좀 더 소상히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태 국립춘천박물관장>
■제작시기 : 구석기시대
■길 이 :17.6㎝
■소 장 처 : 국립춘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