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시기 : 1388년
■소 장 처 : 국립춘천박물관
사리장엄구는 부처나 승려의 사리를 보호하고 장엄하기 위해 만든 사리용기와 그 장엄구 일체를 이르는 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완성된 깨달음의 세계, 일체의 번뇌에서 해탈한 경지인 적멸, 즉 열반에 든 성인의 사리는 탑을 세워 최고로 장엄하게 봉안되며 예배된다. 탑은 깨달은 이들의 영원한 장골처다.
우리 박물관에 전하는 고려 말 보제존자 나옹(翁)화상(1320~1376년)의 사리장엄구는 탑지석에 '홍무(洪武)21년'(1388년)의 제작 시기와 '왕사(王師) 보제존자(普濟尊者)'의 탑이라는 기록이 있어서 연대와 주인공을 알 수 있다. 나옹화상은 원나라에 유학가서 인도 스님 지공(指空)으로부터 선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공민왕의 왕사(王師)이자 조선 건국에 기여한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년)의 스승이다.
당시 불교계의 양대 산맥을 대표하는 나옹선사와 보우(普愚)선사에 대해 이처럼 반복적으로 승탑을 조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원주 영전사 보제존자 사리탑은 묘관(妙寬)비구니와 도인(道人) 각수(覺修)가 나옹의 사리 1과를 각각 얻어 이를 주탑과 동탑에 봉안했다. 이러한 일승다탑화(一僧多塔化)현상에는 무한한 복수 조영의 대상인 불탑을 모방하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옹을 기리는 비문은 고려 말 대문호인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년)이 지었다. 그는 나옹에 대해 '기린의 뿔처럼 드문 존귀한 인물이며, 사리로서 영이함을 드러내었기에 마지막이 진실로 아름다웠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강삼혜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