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문화재로 보는 우리 역사]22. 암행어사가 낸 강원도 지방관 성적표

31명 도 지방관 중 28명 평가 `상-중-하' 나눠 철종에 보고

■제작연도 : 1860년(철종 11년)

■크 기 :가로 44㎝, 세로 25.3㎝(폈을 때)

■소 장 처 : 국립춘천박물관

조선시대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각 도(道)의 관찰사가 매년 6월과 12월에 소속 수령들의 업무 성적을 매겨 왕에게 보고하는 전최(殿最)를 하도록 돼 있다. 10번의 평가 중에 모두 상(上)을 받으면 승급시켜 주었다. 세 번 중(中)을 받으면 파직시키고, 하(下)를 받은 경우는 곧 파직되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9등급으로 세분해서 평가하고, 업적을 쌓을 시간을 기다려 연말에 한 번만 시행하자 했다. 또한 네 글자 두 글귀로 8자로만 평가하는 것이 너무 소략하다 했다.

관찰사는 소관 지역을 순력(巡歷·두루 돌아다님)하면서 민정을 살피고 수령들을 평가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이래 관찰사의 순력이 거의 중단됐다. 이 시기에는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혔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체제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암행어사를 지방으로 파견하는 일이 잦았다. 임무를 마친 암행어사는 수령을 평가한 서계(書契)와 개선책을 적은 별단(別單)을 왕에게 제출했다. 육도폄제목(六道貶題目)이란 표제가 있는 문서는 암행어사가 각 수령을 시찰해 승정원에 낸 것이다.

문서 중 강원도 편에는 총 31명의 지방관 중 아직 부임하지 않았거나,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일천(日淺·만 50일이 되지 않으면 평가하지 않았다)을 제외한 28명이 평가돼 있다. 대부분 '상'을 받았지만 '중' 1명, '하'는 2명이었다. 원주 김백균은 '공적이 뛰어나다는 소식이 많았는데 과연 그러하였다'라 하여 상을 받았고, 춘천의 조병협은 '정치가 얼음보다 맑아서 백성들이 물같이 바라보았다'라 했다. 평강의 윤경진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경우이며, 난새가 탱자나무 가시에 깃든 셈이다'라고 하여 뛰어난 수령이 시골에 묻혀 있는 듯하게 적혀 있다. 그만큼 윤경진은 큰 사람이라고 평가한 셈이지만, 나로서는 백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이롭게 했을 것이라 느껴지는 김백균이나 조병협 같은 지방관에게 마음이 간다.

<김동우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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