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고산자 김정호가 남긴 강원도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국방상의 요충지를 잘 알아야 하고, 재물과 세금이 나오는 곳과 군사를 모을 수 있는 원천을 알아야 하며, 여행과 왕래를 위해 지리를 잘 알아야 한다. (중략) 세상이 어려우면 쳐들어오는 적을 막고, 사나운 무리들을 제거하며, 시절이 평화로우면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평생 동안 조선 방방곡곡의 물줄기, 산줄기와 그 땅의 인문지리 정보를 기록했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1804년경~1866년경)는 '지도유설(地圖類說)'에서 지도의 제작 목적과 그 효용성을 이와 같이 말했다.
동여도(東輿圖)는 총 22책으로 구성된 지도책이다. 각 권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세로 약 30㎝, 가로 20㎝인 책을 각각 펼쳐 22층까지 위로 올려 배열하면 세로 6.6m에 이르는 대형의 조선 전국 지도가 만들어진다.
'동여도'는 직접 그리고 색을 칠해 그린 필사(筆寫)지도다. 목판본으로 만든 '대동여지도'보다 6,000여개의 지명이 더 들어가 있다. 자연지리와 인문지리 내용이 촘촘하게 구현됐다. 산줄기와 물줄기를 땅 위의 뼈대와 핏줄로 보고 물길과 산길은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만나고 통한다. 산은 초록빛, 물은 청신한 푸른빛이다. 동여도 속의 강원 역시 강원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산줄기와 물줄기 속에 놓여 있다. 남한강은 강원도 영월(寧越)에서 영춘, 단양, 청풍을 거쳐 충주 북방으로 흘러간다. '동여도'를 따라 남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남한강이 한성까지 이어지는 내륙수로로 물자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혜경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