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문의 칼럼]돌아서면 깜빡깜빡…머리를 자꾸 사용하면 달라져요

김지은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돌아서면 깜빡해요.” “나이 들어 생기는 건망증이려니 해도 괜찮을까요?” “내가 냉장고에 뭘 가지러 왔더라?” “방금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살면서 누구라도 한번은 겪어 봤음직한 이러한 상황은 비단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만 해당되진 않을 것이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중장년층의 현대인들도 종종 이런 '깜빡거림'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차츰 잦아지게 되면 '혹시 이러다가 치매로 가는 것은 아닐까' 슬며시 걱정이 들기도 한다. 과연 '건망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실제로 '건망증'을 질병으로 분류하진 않는다.

업무가 과도하거나 육체적 혹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수면 부족 및 누적된 피로, 잦은 술자리, 우울함이나 불안감 등 건망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은 생활 도처에 깔려 있다. 이렇게 뇌에 과부하가 걸리고 피로해지는 상황에서는 적시에 제대로 된 기억을 끄집어 내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면 증상은 충분히 호전될 소지도 있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뇌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억의 전체 용량이 떨어지면서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젊은 시절에 비해서는 사회 생활이 줄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뇌 활동량이 적어지면 이 또한 건망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병적 수준의 기억력 저하와 감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포인트는 '힌트를 주면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증상'이냐의 여부다. 건망증이라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뇌의 검색 능력 저하로 그 순간에 바로 정보를 떠올리지 못한 것임에 비해 병적 수준의 기억력 저하, 쉽게 말해 치매의 경우에는 기억의 저장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차근히 되짚어 봐도 결국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 건망증이 있는 상태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 습관의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뇌로 가는 혈액의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적절한 운동, 금연 및 금주가 권고되며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 및 유제품의 규칙적 섭취 역시 뇌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이 있다면 이를 잘 조절해야만 뇌혈관의 동맥경화 및 뇌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머리를 자꾸 사용하는 것이다. 집에만 있는 단조로운 일상을 탈피해 친목 모임을 자주 가지고 새로운 악기나 외국어를 배워 보는 것도 뇌 활동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신문, 책을 자주 접하고 일기를 쓰거나 자꾸 메모해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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