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기 자녀가 또래보다 키가 크거나 몸집이 크다면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이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것인데 성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인 시기보다 이른 나이에 일어남으로써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또래보다 키가 큰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겠지만 성조숙증으로 인해 적정 시기보다 빨리 성장이 시작되고 빨리 성장이 멈추면서 결과적으로는 키가 작아지기 때문에 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은 최근 5년 내 4.4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소아 비만의 증가, 일회용 용기, 플라스틱 용품 등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호르몬의 노출, TV와 인터넷을 통한 정신적인 자극 등이 성조숙증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성조숙증은 나이에 비해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것인데 여아는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거나,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4cc 이상으로 커지는 것을 말한다. 남아보다는 여아가 10~20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여아는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는데 비해 남아의 경우 50~60%가 기질적인 뇌병변 등에 의해 생긴다. 따라서 남아의 경우는 원인 질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가 반감되거나 치료가 불가능해지기도 하므로 자녀에게 가슴과 음모의 발달, 여드름, 특징적인 체취,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나 키가 크는 현상 등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면 이것이 병적인 것인지 아닌지 병원을 내원해 확인해 봐야 한다. 또 부모 중에 사춘기가 빠른 사람이 있거나 자녀의 형제 중에 성조숙증의 병력이 있는 경우도 자녀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증가된 성선자극호르몬 감소를 위한 호르몬 유도체 치료를 실시한다. 호르몬 유도체는 주사제 형태로 돼 있고 4주에 한 번씩 피하 주사로 치료를 한다. 이 치료로 성선자극호르몬 방출의 선택적 감소와 성호르몬 분비 감소로 인한 사춘기 발달 중지, 뼈의 성숙 가속화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치료 기간은 환아의 뼈, 성의 성숙도, 연령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여아는 뼈나이가 12년~12년6개월 사이, 남아는 13년~13년6개월 사이에 치료를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인다. 치료 기간은 약 3~4년 정도 지속된다.
그런데 성조숙증이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부모들 중에 치료를 꺼리거나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장기적인 호르몬 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부작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이상 관찰한 결과 현재까지 장기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안전한 치료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