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훼손·석회석 쓸려나가
오염된 물 타고 확산 우려 커
도·중수본 “긴급 복구 추진”
집중호우 여파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장마기간인 지난달 29일부터 12일까지 도내에서 발견된 221건의 멧돼지 중 10건에서 양성 반응이 검출돼 전국 14건의 양성사례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를 통해 전파됐을 거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도내 양돈농가에서의 발생은 없으나 집중호우로 북측에서 많은 물이 내려와 위험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등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멧돼지가 홍수로 범람한 마을을 지나면서 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화천을 중심으로 분포한 ASF 감염 멧돼지 매몰지의 경우 호우로 감염이 우려되는 사례가 4건 발견돼 강원도의 긴급 보수가 진행됐다. 화천군에서는 ASF 확산방지용 울타리가 수해로 망가진 곳도 69곳에 달하고, 비 피해로 인해 2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1일에는 주민이 산책 중 발견한 상서면 부촌리의 멧돼지에서 양성 판정이 내려지는 등 확진 판정이 이어져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양구군에서도 이번 폭우로 광역울타리 20곳이 산사태 등으로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 접경지에서 멧돼지 포획 활동을 하는 A씨는 “최근 집중호우로 ASF 감염 매몰지의 석회석이 쓸려나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며 “멧돼지의 먹이가 없어지면서 옥수수를 먹으러 민가로 내려오는 등 주민과 접촉하는 사례도 늘어 전파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속적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보수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강우 전·후 반복 점검을 지속해 손상 지점에 대해서는 강우상황에 따라 긴급 복구를 추진하겠다”며 “시급한 지역은 일차적 임시보강을 진행해 농가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화·장기영·정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