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 도지사 선거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여야는 물론 관전하는 도민들도 가슴을 졸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당선자는 총 38만1,338표(49.8%)를 얻어 36만9,201표(48.2%)를 얻은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를 1만2,137표 차로 앞서며 신승했다. 득표율 1.6%차의 초박빙 승부였다. 정치전문가들은 도지사 선거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춘천, 원주, 강릉의 빅3 구도와 여촌야도 현상, 사전투표를 꼽았다.
빅3 표심 결정적
개표 초반 5% 격차까지 뒤져
춘천·원주지역 개표하며 역전
3곳 표심만 1만7,114표 앞서
여촌야도 재확인
춘천 퇴계·석사동 최고 득표율
원주 읍·면 지역에선 뒤졌지만
단구·무실 신도심서 표차 벌려
첫 도입 사전투표
전체투표선 8곳 승리 10곳 패배
사전투표에선 18곳 모두 이겨
득표율 차이도 20%로 압도적
■빅3 구도=시·군별 득표에서 최문순 후보는 춘천과 원주, 홍천, 속초, 정선, 화천, 양구, 인제 등 8곳에서 앞섰다. 최흥집 후보는 강릉, 동해, 태백, 삼척, 횡성, 영월, 평창, 철원, 고성, 양양 등 10개 시·군에서 승리했다. 특히 춘천, 원주, 강릉 등 도내 유권자의 50% 이상이 밀집한 '빅3 지역' 표심은 이번 지선의 최대 관심사였다. 단지 유권자가 많다는 것 이외에도 강릉 출신 최흥집 후보와 춘천 출신 최문순 당선자 간 경쟁구도가 확정되면서 전통적 영서와 영동대결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때문에 후보가 없는 원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결과적으로도 인구수에서 타 시·군을 월등히 앞서는 '빅3표심'에 따라 사실상 승부가 결판났다. 개표 초반 30여분을 제외하고 줄곧 선두를 달렸던 것은 최흥집 후보였다. 출신지인 강릉에서 앞도적 지지를 등에 업은데다 읍·면 지역 개표가 먼저 시작된 춘천과 원주에서도 앞서나갔다. 여기에 태백에서도 초반 60%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밤 9시 무렵에는 최대 5%까지 최흥집 후보가 격차를 벌리며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5일 새벽 2시를 기점으로 춘천과 원주 도심지역 투표함이 열리면서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빅3지역 표심만 살펴보면 최문순 당선자가 19만2,258표로 최흥집 후보(17만5,144표)를 1만7,114표 차로 앞섰다. 도지사 선거 1·2위 간 전체 표차가 1만2,137표라는 점을 감안하며 사실상 빅3지역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인구수에서 춘천에 밀리는 강릉에서 새누리당이 더 격차를 벌렸어야 했다”며 “강릉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70%를 얻었는데 도지사 선거에서도 이 정도를 득표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촌야도(與村野都)=도지사 선거는 전통적인 여촌야도 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선거다. 선거 막판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지역 투표함이 열리며 피 말리는 승부가 결정됐다. 개표가 막바지로 흐를 무렵 인구가 가장 많은 춘천 퇴계동과 석사동을 비롯해 원주 단구동, 무실동 등 신도심에서 최문순 당선자가 큰 격차로 앞서나가며 판세를 굳혔다.
춘천에서 최 당선자는 퇴계동에서 1만2,184표, 석사동에서 1만284표를 얻어 각각 6,757표와 5,576표를 얻은 최흥집 후보를 1만135표 앞섰다. 이는 최 후보가 시·군별 득표에서 앞선 10개 시·군 가운데 동해, 태백, 삼척, 횡성, 영월, 평창, 철원, 양양 등 8개 시군에서 최문순 후보와 벌린 격차 1만133표를 앞서는 수치다. 최문순 당선자는 춘천의 2개 동에서 얻은 격차로 8개 시·군의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은 것이다.
최 당선자가 석사동(64.17%)과 퇴계동(63.7%)에서 얻은 득표율은 당선자가 18개 시·군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춘천시 전체 득표율 60%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여기에 후평동, 효자동, 교동, 신사우동 등 모든 동지역에서 승리하며 춘천에서만 2만7,721표를 앞섰다. 반면 최흥집 후보는 춘천 10개 읍·면 지역 중 6곳(동산면, 남면, 남산면, 서면, 사북면, 북산면)에서 앞섰지만 적은 유권자 수로 빛이 바랬다.
원주도 춘천과 상황이 비슷했다. 9개 읍·면 지역 중 7 곳에서 여당인 최흥집 후보가 앞섰지만 16개 동에서 승부가 갈렸다. 최 당선자는 9개 동에서 승리했다. 특히 신도심이자 유권자수 1·2위를 기록한 단구동(9,494표)과 무실동(6,717표)에서 1만6,211표로 최흥집 후보(1만1,894표)를 4,317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최 당선자가 단구동(55.7%)과 무실동(58.69%)에서 얻은 득표율은 당선자의 원주 평균 득표율 52.4%를 크게 앞선 수치다. 최흥집 후보는 고향인 강릉의 모든 읍·면·동에서 앞서며 58.8%(6만251표)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최 당선자도 보수세가 강한 이 곳에서 39.5%(4만526표)로 선전했다. 최 후보는 강릉에서 최 당선자를 1만9,725표차로 앞섰지만 춘천과 원주에서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정대화 상지대(교양학부) 교수는 “1960년대 이후 도농간 표심의 차이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는데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춘천이나 원주는 도농복합도시인 만큼 이슈에 민감한 도심과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읍·면지역 간 표심이 확연히 갈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보여준 최문순 지사의 역할이나 어떤 식으로 도정을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중립적인 유권자들이 반응한 면도 있다. '오직 강원' 이라는 슬로건처럼 도민들에게 더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간 부분도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 투표=전국적으로 첫 도입된 사전투표는 최문순 당선자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이다. 시·군별 전체투표에서 최 당선자는 8곳에서 이기고 10곳에서 졌다. 하지만 사전투표에서는 최 당선자가 18개 시·군에서 모두 이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 당선자는 사전투표에서 4만7,292표(58.72%)를 얻어 3만1,165표(38.69%)를 얻은 최흥집 후보를 1만6,127표차 앞섰다. 도지사 선거 전체 득표율(최문순 49.8%, 최흥집 48.2%)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격차다. 최 당선자는 춘천 9,452표, 원주 9,037표, 강릉 5,273표, 동해 2,580표, 삼척 2,784표, 태백 2,089표, 속초에서 2,592표를 얻었다. 최흥집 후보는 춘천 4,506표, 원주 5,449표, 강릉 4,774표, 동해 1,841표, 삼척 1,969표, 태백 1,379표, 속초에서 1,683표를 얻는데 그쳤다. 특히 춘천에서는 최 당선자가 2배 이상 더 득표했다.
김기석 강원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대별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렸다. 사전투표는 노인층보다는 군인 등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어 세대별 특성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세월호 참사 등 이슈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표심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sunny@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