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졌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최종 투표율이 75.8%로 기록된 이번 대선은 1997년 15대 대선 이후 투표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국민들의 참여열기도 뜨거웠다.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후보가 진다'는 공식과 '단일화 불패'도 깨졌다. 본지는 이번 대선의 표심과 박근혜 당선인이 우선시 해야 할 국정과제, 강원도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진보·보수 대결, 북한 변수 영향
△ 김명숙 교수 = “양자대결 구도에서 경제정책은 모두 비슷했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도 똑같이 나와 경제분야에서 보수·진보 간의 대결구도는 약했다. 한국의 보수·진보는 역사나 이론적 기반이 모두 취약하지만, 유독 '북한'을 두고 강한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는 특수성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문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강원도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일시적으로 유연하게 야권을 선택했지만, 지자체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해 '큰 지지'로 이어지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지역경제는 어렵지만, 동시에 안보위협이 커진 것도 강원도 표심을 좌우했다. 인물 인지도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이 문재인 후보에 비해 훨씬 앞선 것이 당선 요인이다.”
△ 박근후 교수 = “보수층은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펼쳐진 대북지원사업이 북한 주민들의 복지향상에 쓰이지 않고, 미사일 발사, 서해 도발로 돌아오면서 '퍼주기식 지원'이란 비판이 유효했다. 특히 북한문제는 2030세대보다 5060세대와 노년층이 굉장히 민감해한다. 노년층 세대의 결집은 압도적인 투표율로 확인됐다.
반면 2030세대는 현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등이 사실상 사장되는 것처럼, 상위층에 유리한 경제정책들이 나오면서 여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의 '진정성'을 믿지 못했고, 야권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 엄한진 교수 = “저출산 고령화로 청년층은 줄고, 중장년층은 늘어난 인구구조의 변화가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도 새로운 점이다.
과거 보수세력의 패인이 됐던 내부분열도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20대가 기존 질서에 적응하기보다 투표로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점이다. 양당대결 구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노동자 출신 후보가 나오거나 엘리트 후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후보들이 나온 것도 눈여겨볼 변화다.”
△ 홍형득 교수 = “대형 정책이슈 대결 없이 전통적인 보수·진보 구도, 세대 간 대결구도로 치러진 선거였다. 다만 대립구도가 지난 어떤 선거보다 뚜렷했다는 점이 달랐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가 등장하면서 기존 정치질서를 깰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후보 사퇴하면서 일시적으로 끝났다. 진보 대연합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단일화 시기도 늦었고, 단일화 과정에서 표심이 우왕좌왕한 것이 야권의 패인으로 보인다.”
■ 국정운영, 열린 의사결정이 중요
△ 김명숙 교수 = “차기 국정운영은 '비지지층 끌어안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당선인은 중장년, 노년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젊은 층의 지지도는 낮았다.
지지층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청년실업, 등록금처럼 젊은 층의 중요한 현안에도 귀를 기울이고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100만 표 차이로 당선됐지만,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1,469만 2,632표'도 통합해야 한다. 우선 '탕평 인사'가 돼야 한다. 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논공행상식으로 발탁하거나,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탕평인사가 아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대통령의 차별화된 면모도 여기서 드러날 수 있다.”
△ 박근후 교수 = “독선에 빠지지 말고, 민의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는데,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다수가 반대하면 그 의견을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상충된 면이 있는 '정부 재정문제'와 '소득 재분배'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상황이다. 세입과 세출이 같은 균형재정을 달성하면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복지정책에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재정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용등급과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문제다. 소득재분배도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처럼 민심의 요구수준이 매우 높다. 정부 재정건전성 유지와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균형감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 엄한진교수 = “보수 대연합으로 집권을 했지만, 향후 국정운영에도 일사불란하게 단합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과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오늘의 해법을 어제에서 찾을 수는 없다.
불평등 문제에 취약했던 지난 정권들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최신 국제정세에 민감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글로벌 경제, 외교의 관점에서 공약 논의는 미미했다. 국제적인 안목을 가진 정부가 돼야 한다. 아랍이나 북한을 통해 보는 대를 이은 정권은 민주주의에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대외적인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고, 국내 정치가 과거와 관련된 논쟁에만 매몰될 수 있는 위험성도 지닌다. 차기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 홍형득 교수 =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국내 경제위기 극복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내수시장, 실물 경제 침체도 복합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민주화 과제가 추진돼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사회적 불평등,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다음은 남북문제다. 현 정부때 남북관계는 상당히 경색됐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 평창동계올림픽, 중앙정부 지원해야
△ 김명숙 교수 = “강원도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여당이 다 가져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도도 '할 말'이 생긴 셈이다.
시일이 지나 효력이 약해지기 전에 '강원도의 몫'을 적극 찾아야 한다. 지자체장은 야당이 많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접경지역 규제나 수년째 멈춰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 동계올림픽 관련 SOC 확충 등에 대해 강원도의 요구사항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 당초 당선자의 수도권 지지율이 낮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상당한 득표수를 기록했다. 결국 수도권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데, 백년대계로 사심없이 바라보며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박근후 교수 = “동계올림픽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설비용을 지방정부 예산으로 감당하기에는 매우 벅찬데,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와 올림픽 유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당공천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지역 일꾼인 지자체 의원들이 중앙당 공천을 받기 위해 눈치를 보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행정구역 재편도 고민해야 한다. 예산 편성의 어려움과 광역자치단체의 불분명한 역할이 문제인데, 기초자치단체 광역화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과제다.”
△ 엄한진 교수 = “최근 강원도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경제체제를 육성하고 있다. 강원도는 기업유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으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키워나가고 있는 사회적 경제란 싹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또 강원도는 특수한 지리·자연적 조건으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환경과 연계한 사회적 경제 육성도 이뤄져야 한다.”
△ 홍형득 교수 = “당선자가 우선시해야 할 강원도 현안은 동계올림픽이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낙후된 지역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란 과제를 안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세계적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주~강릉 복선전철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도 지원해야 한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이나 접경지역 활성화도 정부의 북방외교, 동북아 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리=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