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동해안 대형 산불로 ‘선거 치르는 짝수 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선거를 닷새 앞둔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시 원덕읍까지 확산했다. 같은 날 강릉과 영월에서도 산불이 나 아직까지 진화되지 않고 있다.
매년 이맘때는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산불 위험이 큰 시기이지만 유난히 선거가 있는 짝수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삶의 터전이 초토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도 2월 동해지역 강수량이 11.6㎜에 그치는 등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결국 ‘선거·짝수 해 산불 악몽'이 되살아났다.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5대 총선이 있었던 그해 4월에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3,762㏊가 잿더미로 변하고 마을 주택 227채가 불에 타 주민 200여 명이 집을 잃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8년에도 강릉과 동해에서 산불이 났다. 제16대 총선이 실시된 2000년 4월에는 고성,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913㏊가 초토화돼 축구장 면적(0.714㏊)의 3만3,491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2004년 총선 때는 속초 청대산과 강릉 옥계에서 산불이 났고, 2018년 지방선거 해에는 2월과 3월 삼척과 고성에서 불이 났다.
짝수 해는 아니지만 바로 직전 대선이 있었던 2017년 5월에는 대선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강릉과 삼척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당시 대선 후보들은 투표일 하루 전날 강릉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