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동해 시가지 화염 전쟁터 방불…불바다 속 몸만 간신히 빠져나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주말 강릉·동해·삼척·영월 습격한 화마

◇지난 5일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까지 확대된 가운데 동해시 묵호동 일대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동해=박승선기자

동해 만우마을 불길 할퀴고 간 흔적 고스란히 남아

삼척 원덕에서는 요양원 입소자 64명 긴급히 대피

영월 운교산 능선 따라 ‘활활' 6일까지 진화율 50%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평화롭던 농촌마을이 잿더미로 변했다. 6일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동해, 삼척, 영월 일대는 ‘화약고'였다.

■불탄 가옥에 한숨=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지며 동해에서 이틀째 진화가 시작된 이날 오전 망상동 만우마을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말 그대로 불비가 내렸다. 마을 진입구부터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검게 그을린 강둑과 산이 사투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대나무 타는 소리가 마을에 메아리 치며 공포감은 커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옮겨다니는 불씨에 만우마을 주민들은 몸을 피했다가 잠시 불길이 사그라들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안에서 불타버린 집을 바라보던 최종우(69)씨는 이번 산불로 집과 하우스 4동, 저온저장고 등이 소실됐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 5일 오전 5시30분께 불이 났다는 말에 몸만 빠져나왔다.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다시 시작할 자신감마저 사라진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요양원 환자 대피=삼척에서도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북상, 고포마을회관이 불타고 마을 상수도관로 1.75㎞ 구간이 파손됐다. 연기가 올라오면서 원덕읍 동산복지마을 45명, 삼척시립원덕요양원 19명 등 64명의 입소자는 안전한 구역으로 이송됐다. 동산복지마을의 경우 자체 차량을 이용해 입소자들을 이송했다. 거동이 불편한 와상입소자들이었지만 보건소에서 출발한 응급수송차 2대가 지원인력과 함께 이곳으로 도착, 와상입소자 36명은 일부는 들것에 실리거나 일부는 직원 등의 등에 업혀 요양원 인근까지 다가온 산불을 피해 빠져나갔다. 이후 119응급차량도 가세해 호산1·3리 경로당 등으로 모두 안전히 대피할 수 있었다. 당시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입은 이들은 3일째인 6일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사이 또 피해=성산면의 불길은 잡았지만 여전히 불이 번지고 있는 강릉 옥계에서는 주불 진화를 목표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주민들은 3년 만에 또다시 불어닥친 이번 화마에 400㏊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불안감을 호소했다. 강릉은 옥계면 남양리 1,850㏊와 성산면 송암리 20㏊ 등 피해면적이 1,870㏊에 달했다. 주택, 공가, 창고, 농막, 축사 등 건물 10동이 전소되고 옥계 주민 1명이 산불 관련으로 숨지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영월 악산 산불에 사투=도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고통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영월 운교산 능선을 넘나들며 붉게 타오르는 화마는 짙은 어둠 속에서도 계속 민가 쪽으로 하강하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지난 4일 산불이 시작됐지만 6일까지도 진화율이 50%에 그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푸른들주민센터로 임시 대피를 했지만 순간 최대 풍속 13m가 넘는 산불이 민가까지 번질 경우 피해 상황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행히 4일 낮 12시45분께 산불 발생 직후 투입된 진화대원들이 절벽이 많고 경사가 심해 영월에서도 악산으로 손꼽히는 곳에서 10시간 이상 화마와 사투를 벌이며 방어선을 지켰다.

김천열·고달순·황만진·오윤석·전명록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