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23일 이어진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은 21일 오후 4시 북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2일 공개한 남북 접촉 과정을 보면, 북한의 추가 도발 최후 통첩 시한(22일 오후5시)을 약 25시간을 앞둔 21일 오후 4시, 북한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의 통지문이 우리 측에 도착했다.
내용은 “21일 혹은 22일 판문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대 1 접촉을 갖자”는 것. 우리 측은 2시간만인 오후 6시께 김 당 비서가 아닌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의 접촉을 제의하는 김 안보실장 명의의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는 통일전선부장을 겸하는 김 당 비서의 남측 카운터파트너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동안 답이 없던 북측은 22일 오전 9시35분께 황 총정치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 비서가 나올테니 남측에선 김 안보실장과 홍 장관이 나왔으면 한다는 수정 제의를 해왔다.
김 안보실장은 오전 11시25분께 이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내면서 오후 6시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낮 12시45분께 북측이 이를 수용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오면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성사됐다. 북측의 첫 접촉 제의에서 최종 확정 시까지 20시간45분이 소요된 것이다.
북측은 청와대 외교·안보·국방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김 안보실장과 북한의 권력 2인자로 꼽히는 황 총정치국장이 각각 남북 수석대표를 맡는 것이 격에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소식은 22일 오후3시 청와대 춘추관의 긴급브리핑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북한은 이보다 약 1시30여분 늦은 오후 4시38분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유병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