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우선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우리 국민은 이러한 경험을 불과 7년 전에 했었지만, 계엄령 발동과 내란 논란 속에 치르는 선거는 처음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를 잘못 뽑았을 경우 나라가 어떻게 위험해지는지를 경험한 만큼 새로운 대통령이 될 사람의 면면을 더욱 세심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후보들의 지나온 삶을 검증하고 공약을 따져봐야 하는 시점에 갑자기 모든 시선을 대법원이 가져갔다. 전례가 없는 속도전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힌 이재명의 운명을 사법부의 손에 맡기라고 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력 대선 후보가 사퇴하느냐 마느냐의 처지에 놓이게 됐던 셈이다. 7일 서울고법이 이재명 후보의 재판을 대선 뒤로 미루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5월1일부터 고법의 연기 결정이 나온 7일까지 일주일은 그야말로 ‘대법원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지난 2~3일 강원특별자치도를 찾았던 이 후보의 행보와 발언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강원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서 그와 동행하며 속보로 계속 다뤘지만, 도민들조차 관심은 ‘사법부가 왜 이럴까’에 모아졌다.
이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느냐, 중단돼야 하느냐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중단한다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논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가 사법적 절차 논란에 또다시 가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 번의 당내 경선을 거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 후보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김 후보는 이로 인해 선거운동조차 중단했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 후보가 아직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처지다.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선거판에서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보내기 위해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힘의 분위기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나와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의 분란이 한가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같은 단일화 논란이 대선 이후 당권을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덕수가 후보가 되면 현재의 당권파가, 김문수가 대선에 나서면 비주류가 당을 장악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유권자가 궁금한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 거지만, 어떤 비전도 나온 것이 없다.

대선후보 등록은 10~11일이고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12일부터 6월 2일까지다. 정당들은 그래서 국민에게 설명할 시간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유권자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슈들이 대선 기간을 뒤덮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 인해 후보도 보이지 않고 공약도 뒷전에 밀릴 수도 있다. 거대 양당처럼 특별한 쟁점이 없음에도 전혀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있지 않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대표적 사례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이번 ‘6·3 대선’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래서 또다시 탄핵당하는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도록 유권자가 수준 높은 선택을 해야 할 때다. 그러려면 후보로 나선 사람, 그 자체를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지, 분열과 대립을 조정할 정치적 능력은 있는지, 무엇보다 지역의 가치를 알아보고 성장시킬 대안은 있는지 면밀한 체크가 필요하다. 정치적 쟁점은 각 정당의 입장에서 자기가 유리하게 포장한다. 그 눈앞의 이슈에 현혹되다 보면 숲은 놓치고 나무만 보게 된다. 이제 우리는 그 ‘넘어’를 봐야 한다.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인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