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北 포격 도발]“혈압약만 챙겨서 나와…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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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주민 대피소서 뜬눈 지새워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주민들이 23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임시숙소로 마련된 대피장소로 향하고 있다. 화천=박승선기자

남북 간 긴장 고조로 토고미 자연학교 등으로 대피한 화천군 상서면 사방거리 일대 5개 마을 주민들은 23일까지 이틀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최북단 마을인 상서면 마현리와 산양1~3리, 화천읍 신읍리 주민 880여명은 지난 21일 간단한 이부자리와 세면도구만 챙겨서 대피했다.

이들 중 200여명이 토고미 자연학교와 아쿠아틱리조트, 목재 체험장 등 3곳에 분산돼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고 있다. 나머지 주민들은 춘천과 화천 등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군사적 요충지이자 북한의 포격 사정권에 있어 불가피하게 대피하게 된 주민들은 22일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로 전해지는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을 지켜봤다. 남북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담이 23일로 연기되자 주민들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혈압약과 간단한 세면도구만 챙겨서 대피했다는 송정옥(77·산양1리)할머니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잘 챙겨주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밤잠을 설쳤다”며 “무엇보다 군무원인 아들이 비상근무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대피시설에서 초조하게 밤을 지새운 일부 주민은 23일 오전 소와 돼지 등 가축을 돌보고 오이, 호박 등 농산물 수확을 위해 영농활동을 벌인 뒤 오후 5시 다시 대피지역으로 철수했다.

김완태(59) 마현리장은 “어르신들이 집안일과 농사, 만일의 사태 등이 걱정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화천군과 교육지원청 군부대 등은 23일 화천군청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접경지역인 상서면에 위치한 산양초교를 24일 하루 휴업하기로 했다.

산양초교는 유치원생 10명과 학생 25명 등 총 35명이 재학 중이며 이 지역에 사는 중·고교생들은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화천=정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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