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군 서석면은 홍천강의 발원지인 미약골을 품은 지역이다. 면 사무소가 있는 풍암리는 서쪽으로는 홍천읍과 춘천, 북쪽으로 산길을 돌아 인제, 남쪽으로는 횡성, 동쪽으로는 대관령을 넘어 강릉과 연결된 교통의 중심지이다.
청량리 출신인 박영록 군의장은 “서석면은 다른 지역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줄기가 없고, 계곡과 강물의 시작점만 있는 곳”이라며 “예부터 장작불에 이밥(쌀밥)을 지어 먹는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곡창지대였다”고 말했다.
자작고개는 곡창지대 농민들의 아픔이 깃든 곳이다. 1894년 10월 22일 동학농민군이 친일내각 관군 등과 최후의 격전을 벌여 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이들이 흘린 피가 ‘자작하게 고였다’고 하여 자작고개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1970년대까지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사람의 뼈가 발에 걸렸다고 한다. 동학군전적기념비에 그 역사가 남아있다.

조용한 자연 속에서 전통 악기 소리를 들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검산리에 2007년 개관한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은 편종, 편경을 비롯해 100여점의 전통 악기가 분야별, 시대별로 전시 돼 있다. 이병욱 서원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가 기증한 악기 등이 있다. 방문객들 공연장에서 직접 북, 장구 등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서석면은 계곡을 따라 캠핑장도 곳곳에 있다. 검산리의 용오름 캠핑장은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볼 수 있는 명소 중의 명소다. 텐트 사이트 25곳, 카라반 사이트 12곳과 욕실 등이 있다. 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 카누 타기 뿐만 아니라 장뇌삼 채취, 사물놀이 체험, 트랙터 마차 타기, 농산물(옥수수·감자·방울토마토 등)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


서석면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홉(hop) 밭’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홉은 맥주의 쓴맛과 거품을 일구는 핵심 재료이다.
홍천군은 1970년~1990년대까지 조선맥주(현 하이트 진로)에 홉을 납품했지만, 1990년대 우르과이 라운드(UR) 협상을 거치면서 외국산 홉에 밀려 생산이 중단됐다. 하지만 2015년 홍천의 한 야산에서 토종 홉 3뿌리가 발견 됐고, 유전자 분석 결과 고유 종으로 판명되면서 식물 특허 등록을 했다.

홍천군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홉 산업화를 추진 중이며 9개 농가 중 7곳이 서석면에 있다. 검산리의 하이디 치유농원은 이국적인 풍경의 ‘홉 밭’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 곳은 드라마 ‘취하는 로맨스’ 촬영지 이기도 했다. 홉은 4월 초에 새순이 돋아나며 7월 초에는 꽃이 피기 시작한다. 초록 넝쿨이 최고 12m 까지 자라고, 홉 송이가 사이 사이 열린다.
하이디 치유농원은 홉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토종홉을 이용한 수제 맥주 만들기, 홉으로 꾸민 모자 리스 만들기, 자연 염색, 족욕 등이다. 홉은 맥주 원료로 쓰이기 전에는 신경 안정제, 수면제로 쓰이기도 했다. 홉 향기가 은은하게 나는 체험장도 이색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