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7시 강릉 경포진안상가. 대형 양수기 2대가 돌면서 물을 퍼내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불과 30여분 만에 경포호 수위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이곳 상가 10여동은 손쓸 새도 없이 차례차례 물속에 잠겼다. 뒤늦게나마 대형 비닐과 모래 포대를 입구에 쌓았지만 이미 상가 안으로 들이닥치는 물을 막기는 어려웠다.
강풍과 물폭탄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 소식에 긴장하고 있던 상인들은 또다시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망연자실했다. 상인 박건명(63)씨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리는 듯해 걱정을 덜 했는데 결국은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며 막막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안상가 뒤편에도 물이 차오르자 일부 상인은 강릉시에 요청한 양수기를 다시 돌려 물을 빼느라 여념이 없었다.
상인들은 진안상가 일대는 지대 자체가 낮은 데다 택지에서 물이 그대로 흘러와 큰 비만 내리면 침수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택(71)씨는 “상류지역에 택지가 조성되고 강문지역 개발 등으로 인해 태풍 루사 때보다 물 빠지는 속도가 느려졌다”며 “매년 태풍과 집중호우 때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이날 오전 8시 진안상가 일원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며 상인들로부터 침수 피해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진안상가는 1996년 재난위험 시설로 지정됐지만 철거 및 재건축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릉=김천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