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2시간동안 공포에 떨어…상가 시설 대거 파손 아수라장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동반한 해일이 삼척 임원항을 초토화시켰다.
3일 오전 5시께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바닷물은 급기야 산더미 같은 기세로 임원항 방파제를 넘어 정박중인 어선과 횟집이 밀집한 상가를 덮쳤다. 성난 물폭탄은 2시간가량 계속됐고, 태풍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임원항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항구에 대피했던 50여척 가운데 동력어선 12척이 전복, 침몰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바다에 더 가까운 수로부인헌화공원 엘리베이터 앞쪽은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횟집들이 수족관에서 사용하는 해수 취수 및 인입 시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해수 인입 장치인 관로가 바다 밖으로 내동댕이쳐졌고 설비 보호시설은 종적을 감췄다.
상가 통유리 창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형 냉장고들도 여기저기에서 뒹굴었다. 상가 앞 도로는 마치 시루떡을 잘라놓은 듯 아스팔트가 깨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결국 50여곳이 넘는 상가 번영회 횟집과 수산물 거래처들은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임원항에서는 1980년대 초 이후 40여년 만에 해일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해일로 인해 울릉도를 오가는 쾌속선이 어선들 위로 올라가 뒤엉킬 정도였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임현욱 임원상가번영회 부회장은 “어선 전복·침몰, 해수 인입 시설 파괴 등으로 주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주민들이 급한 대로 복구는 하고 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삼척=유학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