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 주름·백발 노화는 순리
쌓여가는 삶의 경험만이 위안
'오는 백발 지는 주름/한 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드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 선생의 늙음을 탄식하는 그럴듯한 탄로가(歎歌)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를 누군들 피할 수 있으며, 백 살을 산다 쳐도 고작 3만6,500일인 짧은 생인 것을.
그러나 너무 오랜 산다는 것은 욕됨이다.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느닷없이 덜컥 자는 잠에 죽는 것이 백번 옳다. '죽음은 급살(急煞)이 제일이라'란 속담처럼 이왕 죽을 바에야 질질 끄는 것보다 머뭇거림 없이 쉬이 죽는 것이 상수다.
한데 '죽은 자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 준다'고 하던데…. 정녕 웃으며 죽을 순 없을까? '늙고 병든 몸은 눈먼 새도 안 앉는다'란 사람이 늙고 병들면 누구 하나 찾아 주지 아니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음을, '늙으면 눈물이 헤퍼진다'란 나이 들면 작은 일에도 공연히 서러워지고 눈물이 많아짐을,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란 아무리 늙었어도 오래 정붙이고 산 자기 배우자가 좋음을, '영감 밥은 누워 먹고 아들 밥은 앉아 먹고 딸의 밥은 서서 먹는다'란 남편 덕에 먹고사는 것이 가장 편하고, 아들의 부양을 받는 것은 그보다 편하지 않으며, 시집간 딸의 집에 붙어사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다 늙어 된서방을 만난다'란 늙어 갈수록 신세가 더 고되어 감을, '늙을수록 느는 건 잔소리뿐이다'란 나이 먹으면 연신 잔말이 심해짐을, '늙은 말이 길을 안다'란 노마지지(馬之智)와 같은 의미로 많은 나이와 경험은 그만큼 일에 대한 이치를 잘 앎을, '칠십 노인 구 대 독자 생남을 한 듯'이란 이를 데 없이 기뻐함을, '젊은이 망령은 홍두깨로 고치고 늙은이 망령은 곰국으로 고친다'는 노인들은 그저 잘 위해 드려야 하고, 아이들이 잘못했을 땐 엄하게 다스려야 함을 비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