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공기 데우고 더운공기 식히고
온도·습도 조절 위해 코도 커져
코는 손으로 만져지는 우뚝 솟은 바깥 코(외비·外鼻)와 그 안에 빈 공간인 비강(鼻腔), 그리고 비강에 잇닿아 여러 뼈로 뻗쳐 있는 부비강(副鼻腔)으로 나뉜다.
비강은 가운데 칸막이가 있어 둘로 나뉘고 있으니 그 막(膜)은 코청이다.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는 코청을 경계로 양쪽 비강으로 나뉘어 흘러들고, 이어서 비강 바깥벽에 세층으로 된 비갑개(鼻甲介)를 지나는데 이는 방열기(放熱器)인 라디에이터(Radiator)를 딱 닮았다.
그래서 찬 공기는 여기서 데우고, 더운 공기는 식혀주며, 습기를 뿜어내어 습도를 조절하여 허파(폐)로 보낸다. 하여 코란 다름 아닌 라디에이터요, 가습기로다.
앞에서 말한 공기습도와 온도를 연계시켜 생각하면 코의 크기에 대한 해답이 바로 나온다. 덥고 건조한 사막지방의 중동사람들이나 추운 북쪽의 러시아인들의 코는 한결 큰 코주부가 된다. 코가 커야 습도, 온도 조절을 잘할 수 있다는 말씀.
그런가 하면 온도·습도가 높은 열대지방사람들은 납작코에다 콧부리가 짧고 작다. 그리고 숨을 쉬면서 코로 드나드는 공기의 흐름을 곰곰이 살펴보자. 들숨(흡기·吸器)보다 날숨(호기·呼氣)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가? 공기의 듦이 느리고 나감이 빠른 것은 가능한 이산화탄소가 많이 든 공기를 저만치 멀리 내쳐버리므로 신선한 것을 빨아들이겠다는 것.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이는 먹는 것이 같고 잠자리도 함께하면서 밤새도록 방 공기를 맞바꾸어 가면서 '호흡을 같이하다' 보니 서로 살결도 생각도 닮아가는 것이리라. 여태 이야기한 것을 간추리면, 코는 마냥 멋으로 덩그러니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먼지나 병원균을 거르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 허파를 잘 보살펴 돌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