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얼굴의 처마 겉눈썹<1036>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이마에 떨어진 빗물·땀방울

눈에 들어가지 않게 막아줘

눈 둔덕(눈구멍 뼈) 위의 겉눈썹 하나도 하도 각각이라 그 꼴이 같은 사람이 없다. 참 유전인자(DNA)란 묘한 것이라 눈썹 숱이 아주 빽빽하거나 듬성한 사람, 두껍거나 얇은 사람, 필자처럼 미간 쪽은 바특하고 겉은 드물고 성긴 반 토막 눈썹 등등 다 다르다.

어쨌거나 눈썹이 없으면 얼굴 꼴이 말이 아니다. 한센병(나병·문둥이)에 걸린 사람들도 연골이 상하면서 눈썹도 빠진다. 한데 눈썹은 겉치레로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마에서 떨어진 빗물이나 흐르는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곬이다.

살갗이나 공기의 통로인 숨관, 피가 흐르는 혈관, 음식이 지나는 식도, 위, 창자나 오줌이 흐르는 요도 같은 상피조직세포들은 하나같이 고작 1주일 정도 살다 죽으며, 대신 밑에서 새 세포가 잇따라 쑥쑥 생겨나 끊임없이 밀고 올라온다.

이렇게 상피(上皮)에 묻은 잡티나 색소입자 따위는 영락없이 죽은 세포를 따라 사라져버리지만 그 아래 진피(眞皮)에 끼인 것들은 새살이 돋지 않기에 고스란히 줄곧 머물게 된다. 그래서 검거나 지저분한 흔적이 그대로 남으니 흉터나 잘고 검은 기미, 주근깨와 몸에 새긴 문신 따위가 그렇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 집단의 맹세표시, 의식치레, 주술, 예술적 장식 등 여러 이유로 피부의 진피 층에 먹물이나 색깔 나는 탄소알갱이를 바늘로 팍팍 꽂고 찔러 글씨나 무늬, 그림을 그리니 이것이 문신이다. 우리가 어릴 적엔 동네 젊은 여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가는 먹실을 꿴 바늘로 오금이나 허벅지, 팔목 살갗을 떠서 우정을 맺곤 했다. 그리고 아주 옛날엔 죄지은 사람은 이마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자자(刺字)하여(묵형·墨刑) 먼 변지로 귀양 보냈다. 소 돼지에 '불도장'을 찍는 것도 문신 아닌가.

암튼 여자들의 눈썹문신을 그리 탓할 일도 아니다.

예뻐지고 싶은 본능을 누가 탓하랴. 아무튼 103세에 타계하신 내 처조모님께서도 이른 아침에 거울 앞에서 눈썹연필로 눈썹화장을 열심히 하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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