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혁신위 위원 인선에 반발해 내정 닷새 만에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혁신위원장으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안 의원의 사퇴로 커지고 있는 당내 파열음을 조기에 수습하고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서둘러 인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인 윤 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혁신 업무를 잘 이끌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으로 다가가는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는 혁신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은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며 "당이 겪는 모든 갈등과 혼란이 향후 길게 보면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위원에는 배지환 수원시의원이 추가로 임명됐다.
지난 7일 임명됐던 최형두(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윤 위원장을 포함해 6명으로 혁신위가 구성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배 시의원은 기초 의회에서 많은 역량을 닦아온 분으로 안다"며 "우리 당 조직의 문제점과 개선할 부분 등 혁신 과제에 대해 다른 분보다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르면 10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활동 기한은 다음 달 31일까지다.
윤 혁신위원장은 21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2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구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올해 1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고,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공약개발단장을 맡았다.

윤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원장 임명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당의 약점은 여의도(국회)에 계신 몇분의 잘못 또는 몇몇 계파의 잘못으로 당 전체가 막 흔들리는 것"이라며 "인적 청산은 혁신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고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전임 지도부를 겨냥한 인적 청산 요구에 대해 "당원들이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당원들의 생각과 의사가 표출되는 구조가 현재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적 청산은 혁신의 주체와 연결되는 문제이고, 혁신 주체는 당원이어야 한다"며 "현재 당원들은 어떤 누구를 찍어내라고 칼을 쥐여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당원 중심의 당으로 체질을 고쳐야 한다"며 "당원들이 정말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무엇을 잘라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가 제대로 표출되고 구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혁신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원을 중심으로 당의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뿌리가 단단한 당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당의 지배구조 자체를 상향식으로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또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했던 당원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에 대해선 "당원 여론조사가 여러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큰 방향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며 "어떤 방식 하나가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원 인선에 대해선 "다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것은 혁신위원이 아닌 혁신 내용"이라며 "혁신위원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혁신안은 힘을 못 얻기 때문에 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조만간 전당대회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전당대회는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개최하는 일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7일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당 지도부가 '쌍권'을 겨냥한 인척 청산 요구를 당이 거부하고 합의 없는 혁신위원 인선을 발표했다며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당 비대위가 혁신위 구성을 의결한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또 "먼저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최소한의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부터 먼저 타진했다"며 "주말 동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쇄신안을)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며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돼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겠다"면서 "진짜 혁신, 살아있는 혁신, 직접 행동하는 혁신 당 대표가 되겠다. 우리 당이 잃어버린 진짜 보수 정당의 얼굴을 찾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