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격 봉쇄된 루손섬 내 한국 교민 1만여명이 귀국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4월 13일까지 수도인 메트로 마닐라를 포함한 루손섬 전체를 봉쇄함과 동시에 육상, 해상, 항공 운송을 중단시키고 17일 밤을 기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손섬 내 공항이 오는 20일 이후 폐쇄됨에 따라 현지 한국 교민 최대 1만명이 귀국을 희망하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해 오는 19일까지 마닐라공항 또는 클락공항발 인천행 여객기를 대형 기종으로 바꾸고 증편 운항하기로 했지만, 전체 좌석은 5천석 미만으로 태부족이다.
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한인회에 따르면 필리핀 전역에는 8만5천명가량의 한국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루손섬에는 5만∼6만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전 필리핀 강원도민회 사무총장은 "루손섬 이외에도 봉쇄령이 내려진 곳이 속출해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 교민이 많다"면서 "전세기 운항에 대비해 필리핀 이민청이 수요를 파악하고 있는 중" 이라고 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있는 카가얀데오로시에 있는 한 국제학교 영어 캠프에 남아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현지 학교 유학생과 영어 캠프에 참가한 초중고교 학생 15명과 교사 2명이 서둘러 귀국하려고 하는데 마닐라로 가는 국내선 운항이 전면 중단돼 발이 완전히 묶였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 현지 의료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니 너무 걱정된다"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다만 필리핀 당국이 루손섬을 17일 0시부터 봉쇄 후 19일 자정까지 72시간만 외국인의 출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단초 방침을 전격 철회해 교민 철수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당장 필리핀항공이 당국의 방침에 따라 오는 21일로 예정된 마닐라발 부산행 여객기 운항을 취소했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운항하기로 했다.
한편 18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추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가 20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50∼80대 필리핀 국민 3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져 누적 사망자는 총 17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17일 기록한 하루 최다인 45명보다 줄었지만, 신규 사망자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어 8.4%의 높은 치명률을 나타내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