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대선에 치열해야 할 이유
강원도는 늘 조용하다. 산은 말이 없고, 바다는 고요했다. 강원인들은 성실했고, 투박한 말투 뒤에 깊은 정이 있었다. 그렇게 강원도는 항상 말 없이 중심에서 비켜선 채 온순히 살아왔다. 세계 유일의 분단 지역인 강원도는 지난 세월 반 토막 난 땅 덩어리 변방이자 막다른 골목이라는 공간적 폐쇄성에 갇혀 있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지금, 강원도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강원인들은 국가와 정치권을 향해 치열하게 ‘강원도의 요구’를 천명할 때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국토 20%를 차지하고 있다. 청정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지역이지만, 수도권 중심의 정책 기조 속에서 언제나 2순위, 3순위로 밀려왔다. 인프라, 산업, 교육, 의료, 문화 어느 하나 수도권과 대등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수도권 집중 해소’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약속이었지만 현실은 더 심각해졌다. 인구는 줄고, 청년들은 떠났고, 지역 경제는 마른 땅처럼 갈라졌다
각종 규제로 개발 엄두 못 내
조기 대선에서 강원도가 첫 번째로 요구해야 할 것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근본적 전환이다. 수도권의 과밀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리스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강원도를 중부권의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할 비전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또 강원도 북부는 분단의 최전선이다. 수십 년간 군사적 위협과 규제로 인해 개발의 기회조차 박탈당해왔다. 화천, 고성, 철원, 양구, 인제, 고성 같은 접경지역은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희생 만을 감내해왔다. 접경지역을 ‘특별한 희생을 감내한 지역’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보상과 혜택이 이뤄져야 한다.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안보 관련 산업 유치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하며 이를 법제화해 어느 정권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태백, 영월. 삼척, 정선 등 강원 남부 폐광지역은 산업화 시대 석탄으로 나라의 기둥을 세웠던 곳이다. 그러나 채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광산은 닫혔고, 사람도 떠났다.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석탄을 캐던 노동자들의 노후는 방치됐고, 그 자식들은 지역을 등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 지역의 새로운 산업기반 구축의 일대 전환이 될 7,000억 규모의 첨단 대체산업 예비타당성 조사 법정 기한은 두달 앞인 6월이다. 예타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도 강원도는 변방이었다. 세종시를 제외하면 경기 충청권에 몰려 있다. 강원인들은 중앙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공공기관을 강원도로 이전하라’, 그리고 ‘이전만 하지 말고 정착할 수 있게 하라.’고. 기후환경, 산림, 해양, 재난안전 관련 국가 기관을 강원도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금 강원도의 청년들은 어디로 갔는가. 대학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 모든 이유로 강원도를 떠나고 있다. 차기 정부는 강원도를 ‘청년이 돌아오는 특별자치도’로 선언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
강원도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평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중단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동해선 철도는 북으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통일이든, 교류든, 강원도가 빠지면 안 된다. 강원인들은 그것을 역설해야 한다. ‘동해북부선 연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중심으로 강원도를 평화경제특구로 지정하고, 남북 간 시범 교류지로 삼아야 한다. 남북이 경색돼 있는 현 시점에서도 준비는 해야 한다. 철도, 도로, 물류, 통신, 금융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국가 전략이다, 강원도의 기회다. 이번 조기 대선은 은 강원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강원인 모두가 하나 돼 지역 현안을 정리하고, 여야 후보들에게 강력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도록 할 때 ‘강원도의 몫’은 돌아오는 법이다. 강원도는 각 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외연을 넓히고 피나는 노선 싸움을 하고 있는 이 때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파고들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만이 '38선, 6.25전쟁, 휴전선, 군부대, 낙후, 소외, 한계'의 강원도 대명사 굴레를 벗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