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손씨 불의의 부상 이른 은퇴
막노동판 전전→유소년 축구 지도
자신만의 지도철학 프로그램 만들어
아들 손 선수 아버지 지도 아래 훈련
겨울철 넉가래 들고 눈 치우며 연습
남다른 기본기·정신력 빅리그 호령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조국의 승리를 견인하는 꿈은 손흥민(26·토트넘·춘천 출신)뿐 아니라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54)씨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마침내 '손 부자'의 꿈이 러시아 땅에서 이뤄졌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팀이 1대0으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 쐐기골을 터뜨렸다.
공격에 가담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공을 주세종이 빼앗아 하프라인을 넘어 달려가던 손흥민의 동선을 읽고 전방에 길게 찔러줬다. 손흥민은 질풍 같은 속도로 달려들어 페널티 아크 왼쪽으로 흐른 공을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었다.
손흥민의 골은 그의 아버지인 손씨도 현장에서 바라봤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꿈이 실현되는 것을 아들과 함께 공유했다. 사실 축구 선수로서의 삶은 손씨의 한으로 남아있다. 불의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8세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이후 삶은 힘겨웠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그러다가 유소년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일반 학교 축구부 선수들을 지도한 게 아니라 자신만의 지도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이는 아들인 손흥민에게도 적용됐다. 손씨는 “학창 시절에는 무조건 기본기”라며 “흥민이가 고교생이 된 뒤에야 슛 훈련을 시켰다”고 회상했다.
손흥민은 방과 후에 훈련에 매진했다. 훈련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성실히 임했다. 겨울에는 춘천 공지천 인조잔디가 얼어 인근 학교 운동장에 넉가래를 들고 가 눈을 치우고 땅을 갈며 공을 찼다. 더운 여름에도 나무 그늘에서 끊임없이 트래핑 연습을 했다. 결국 손흥민은 남다른 기본기와 정신력으로 유럽 빅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 그가 유럽에서 뽐낸 장점은 춘천 공지천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페널티박스 좌, 우 모서리에서 양발로 감아차는 슛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 시즌을 마치고 아버지와 하루 1,000개 이상의 슛을 연습했다. 러시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무너뜨린 '손 부자'의 꿈은 이제 4년 뒤 카타르로 향한다. 단순히 득점과 승리를 넘어 16강 진출 이상의 목표를 향해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