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치워야 할 눈만 200톤
불안한 채 녹기만 기다릴 뿐”
1m가 넘는 폭설에 고령의 노인들은 사실상 제설작업을 포기한 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속초시 설악동의 한 주택에서 혼자 사는 강모(여·84)씨는 이번 폭설로 60㎡의 주택 지붕에 50㎝의 눈이 쌓여 밤에 잠조차 편히 자지 못 한다.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만 9톤으로 고령인 강씨가 혼자 눈을 치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100㎡ 크기 마당에는 높이 1m, 30톤가량의 눈이 쌓여 벌써 열흘이 넘도록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거동이 불편해 눈을 치우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며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80·강릉시 왕산면)씨도 660㎡ 크기의 마당과 집에 1m의 눈이 쌓여 치워야 할 눈만 200톤에 달해 제설을 포기했다. 다행히 지난 14일 굴삭기가 지원돼 집 앞에 2~3m의 길이 생겨 고립은 겨우 면했다. 이씨는 “1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의 눈을 치우는 것조차 벅차다”고 말했다.
이번에 폭설이 내린 동해안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은 2012년 말 기준 강릉이 5,720명, 삼척 3,913명, 속초 3,876명, 고성 1,718명, 동해 1,350명, 양양 1,051명으로 총 1만7,628명에 이른다.
이들 독거노인 중 상당수가 농촌마을에서 거주하는데 강릉의 경우 그동안 내린 눈이 192.8㎝, 속초 129.4㎝, 대관령 113.7㎝에 달해 사실상 고령의 노인들은 눈이 녹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진호기자 knu10@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