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 국사성황당 찾아 선자령 등산로 진입
'영웅의 숲' 쉽게 가기 위한 트레킹 첫째 단계
국사성황당 바우길 비롯해 많은 길의 이정표
2018평창동계올림픽 생태유산인 '영웅의 숲'
본보·동부지방산림청 지난해 4월 함께 조성
주목에 메달리스트 이름 새겨진 동판 내걸려
오늘 목적지는 '영웅의 숲'이다. 그곳에 쉽게 닿으려면 일단 '대관령 국사성황당'을 찾아 선자령 등산로에 들어서는 것이 트레킹의 첫 번째 단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옛 대관령휴게소 광장에 집합해야 한다. 지난 8월29일처럼 차를 몰고 광장으로 들어선다. 갑자기 다가오는 익숙한 느낌, 데자뷔다. 지난 겨울 올림픽 아리바우길 6코스(대관령휴게소↔보광리게스트하우스)를 타기 위해 이곳에 차를 세웠을 때와 상황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판박이다. 그때는 광장에서 바라본 산 위에 새하얀 눈들이 그득했었는데 지금은 그 색(色)이 진녹색으로 바뀐 것이 다르다면 다른 풍경이랄까. 시원하다 못해 이제 춥기까지 한 바람도 여전하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까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휴게소 광장에 알록달록 긴 옷들을 차려입은 등산객들의 모습이 제법 눈에 많이 띄는 걸 보니 그 덥던 여름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을 느낌 하나는 제대로다. 지난 겨울, 아이젠을 신고 철컥철컥 향하던 길(본보 1월5일자 20면 보도) 위에 다시 한번 올라본다.
# 대관령 국사성황당 찾아 출발=하얗고 커다란 바람개비(대관령 풍력발전소) 두 개를 머리 위에 두고 일단 걷기 시작이다. 산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광장부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가면 된다. 그렇게 500m 남짓 걸으면 왼편으로 승용차 예닐곱 대는 너끈히 세울 수 있는 너른 공터가 보이고 첫 번째 이정표가 하나 등장하는데 표시대로 좌회전하면 '선자령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관령 국사성황당에 쉽게 가려면 여기서 100m 정도를 더 거슬러 올라 '선자령 등산로 입구'에 다다라야 한다. '大關嶺國師城隍堂 入口(대관령국사성황당 입구)'라고 쓰인 커다란 한자 표지석도 이내 만날 수 있으니 요새 표현으로 헷갈릴 일이 1도 없다. 길 끄트머리에 도착. 이제는 정말 좌회전. 그렇게 산속으로 접어들었다면 절반 이상은 온 셈이다. 별다른 이정표나 안내 없이도 그대로 주욱 길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 이날 마침 성황당에 제사가 있어서인지 올라가는 차들이 꽤 있다. 성황당에는 그 앞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아스팔트도 깔려 있으니 시간 여유가 없다면 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신(神)들의 자리 … 대관령 국사성황당=계속해서 길을 따르다 보면 마침내 널찍한 터가 등장한다. 재궁골 신터다. 이곳에 국사성황신과 산신을 모시는 신당 두 곳이 있는데 국사성황신(國師城隍神)은 범일 국사(810~889년)이고 산신(山神)은 김유신(596~673년) 장군이다.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라있는 '강릉단오제'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식 제사와 무속의 굿이 함께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음력 4월5일 '신주빚기'에 이어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이어 강릉시장을 초헌관으로 성황사에서 대관령국사성황제를 봉헌하게 된다. 제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무당이 부정을 씻어내고 성황신을 모시는 굿을 하게 된다. 이어 무당일행과 신목잡이가 산에 올라 '신목'을 찾아 모시게 되는데 오색예단이 걸린 신목을 모신 '국사성황행차'는 대관령 옛길을 따라 반정~구산서낭~학산서낭~강릉시내를 거쳐 대관령 국사여성황사에 봉안된다. 말그대로 '신과 사람이 함께 하는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일행이 성황당 인근에 도착하니 산속 한가득 울려 퍼지는 징소리와 함께 무속의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신과 인간, 또 다른 만남의 순간이 아닐까.
# 영웅을 만나러 가는 길 … 영웅의 숲=대관령 국사성황당은 많은 길의 이정표와 같은 곳이다. 이곳을 기준으로 오른쪽 반정 방향은 '올림픽 아리바우길 6코스'이자 '바우길 2구간' 길이고, 왼편으로 가면 제궁골 삼거리를 거쳐 선자령 정상에 다다르는 '선자령 순환등산로'에 올라타게 된다. 이 길은 곧 '바우길 1구간 선자령 풍차길'이기도 하다. 오늘의 목적지인 '영웅의 숲'에 가려면 선자령 정상으로 향하는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은 성황당 앞 주차장 화장실 옆쪽으로 세워진 이정표를 타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선자령길 정상방향 표시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관' 방향 이정표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만날 수 있다. 400m 정도 완만한 경사를 타고 걸어가면 강원일보와 동부지방산림청이 지난해 4월 함께 조성한 '대관령 영웅의 숲'이 등장한다. 올림픽 유치에 대한 도전, 산림 복구에 대한 도전을 설명한 표지판이 인상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생태유산인 이곳은 '기다림'과 '실패', '도전', '성공' 등 네가지 테마에 주목 500그루로 조성돼 있다. 이름 모를 들꽃 사이에 자리한 각각의 나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김윤만 선수,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고기현, 변천사 등 선수들의 이름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어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신과 영웅의 만남은 선자령 산기슭에서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강릉·평창=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