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새파란 하늘 아래 휙 하고 뿌려진 절경 보고 또 봐도 황홀하구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3) 하늘마중코스 `새비재 → 화절령'

◇화절령~새비재 구간 새비재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하늘과 맞닿은 곳이 고랭지 채소밭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강원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정선=김남덕기자 ◇민가가 나타나기 전 화절령 아래 코스. ◇새비재 정상에 있는 '엽기소나무'. ◇정선 새비재 정상에 있는 타임캡슬 공원.(사진위쪽부터)

지난 트레킹의 날머리인 '새비재'서 출발

상동·영월쪽 방향 거슬러 '화절령' 이르러

두 번째 만남에도 '울컥'하고 감동 밀려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인 새비재

'엽기소나무' '타임캡슐공원' 만나게 돼

명품하늘숲길 첫 번째 구간인 하늘마중코스 중 정선 화절령에서 새비재, 새비재에서 화절령에 이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화절령에서 만나는 이정표를 기준으로 사북 가는 길을 등에 지고 3시 방향 '새비재(본보 지난 17일자 22면 보도)' 쪽과 12시 방향 '상동·영월' 쪽을 가리키는 길이 그것.

어떤 방향을 택하든 새비재에 올라탈 수 있지만 전자는 끝까지 산길을, 후자는 산길과 마을길, 도로를 번갈아 가며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 수 있다.

두 길은 산줄기를 사이에 두고 그런대로 지척이지만 완전히 다른 낯빛을 하고 있어 걷는 재미가 사뭇 다르다.

오늘(지난 16일)의 들머리는 그때의 날머리인 새비재다.

새비재를 출발, 이러구러 길을 타고 '상동·영월' 쪽 방향을 거슬러 올라 화절령에 다다르면 코스는 매조지 된다.

# '새비재' 다시 보기

그동안 길을 걸으면서 강릉 '안반덕(올림픽 아리바우길 4·5코스)'에 놀라고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명품하늘숲길 한겨레코스)'에 감탄했다면 이곳 새비재의 풍경에서는 '울컥' 하고 감동 같은 것이 밀려왔다. 좁다란 산길을 한참 타고 나와야 만나는 너른 공간. 그것도 너무나 새파란 하늘과 두리둥실 떠 있는 하얀 구름 아래로 펼쳐진 배추밭. 그 어마어마한 풍경을 아무런 예고 없이 만났으니 그 감흥은 이루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두 번째 만남이라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배가되는 느낌. 게다가 조금 전까지 미스트처럼 흩뿌리던 이슬비까지 멈춘 터라 배추 한 포기, 소나무 한 그루,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의 경계까지 물기를 가득 베어 물고는 손에 잡힐 듯 또렷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런 풍경에는'비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겠다 싶을 정도다. 사람들의 반응은 지난번과 판박이. “우와~” 찰칵찰칵. 너도나도 풍경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이리 찍어도, 저리 찍어도, 그냥 대충 찍어도 그대로 PC 바탕화면 감이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는 풍력발전기가 차지하던 자리에 '엽기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으니 여간 멋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왠 엽기소나무?” 도로명주소까지 '엽기소나무길'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이곳 새비재가 바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란다. 몇 걸음 아래쪽으로 영화 속에서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타임캡슐을 묻었던 '그' 소나무가 있는 '타임캡슐공원'이 보인다. 구석구석 공원을 둘러보고는 목도 축일 겸 나무계단 아래 식당으로 향한다. 잠시 들른 화장실. 그 앞으로 펼쳐진 풍경. “이야~ 어떻게 여기까지 예쁘냐.” 무심결에 아름다움을 휙 하고 뿌려 놓은 듯 절경이 그냥 널려 있다.

# 양탄자 길 밟고 출발

식당에서 나와 다시 새비재로 향한다. 예정된 코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새비재 정상에서 마을 쪽이 아닌 왼쪽 방향 산길로 접어들면 된다. 이내 노란 임도차단기를 만나고, 그 너머로 본격적인 코스가 이어진다. 임도차단기가 사람 한 명 지나갈 틈도 없이 빡빡하게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데, 차단기 끝부분을 양손으로 붙들고 길 밖으로 몸을 한껏 내어줘야 겨우 길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어쨌든 시작부터 감촉은 보드랍다. 내딛는 발 아래로 푹신한 풀잎들이 한가득이다. 그런 길이 왼쪽, 오른쪽으로 구불거리며 계속해서 이어진다. 게다가 기분 좋은 내리막이다. 길 옆으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걷다 보면 나무 사이사이로 고즈넉한 풍경들이 스친다. 그런데 재밌는 장면 포착. 무슨 세(勢) 대결이라도 하는 듯 길을 한가운데 두고는 왼쪽에는 소나무, 오른쪽에는 자작나무가 서로 맞서 있다. 그 모습이 꽤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때마침 불어든 바람에 나뭇잎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면서 신기하게도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그래서인지 더 시원한 느낌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구불거림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을(직동리) 길에 닿는다. 그 갈림길에서 '김구현 효자각'을 만나게 되고 그 앞 이정표를 따라 김어수공원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된다. 그런데 딱딱한 아스팔트길을 계속해서 밟아야 한다. 조금 전 느꼈던 풀길의 푹신함이 얼마나 좋았던지 느끼게 되는 순간. 얼마 후면 다시 산길로 접어들 줄 알았는데 그런 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온다.

# 하늘길로 GO! GO!

'새비재→화절령' 코스는 새비재에서 직동리로 연결되는 트레킹 초입 구간만 내리막이다. 이후부터는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로 이어진다. 길 옆으로 보이던 인가가 한채 두채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길은 나무와 풀잎 속으로 점점 더 파묻히기 시작한다. 우리가 향하는 길이 산 속으로 좀 더 가까워진 걸 느낄 때쯤, 바람에 일렁이는 강아지풀의 물결이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그렇게 낮은 키의 풀들이 산줄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데 마치 산 정상에서 녹색의 풀들이 물길을 내고는 길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듯하다. 이제서야 바라던 길에 제대로 올라 선 기분이다. 머릿속으로 그리던 전형적인 시골길의 모습이 눈앞에 계속해서 나타난다. 원주 출신 서양화가인 전영근 작가의 작품 '여행'속 배경과도 흡사한 아기자기한 장면들이다. 새비재의 절경과는 또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시나브로 걷다 보니 다시 산속으로 '풍덩'이다. 어느새 오돌토돌한 돌길로 접어들었고, 곧바로 두 번째 임도차단기 발견. 여기부터 다시 산행 시작이다. 차단기 옆을 보면 콩밭이 널찍하게 펼쳐지는데 코앞에 있는 야트막한 산등성이 라인과 자연스럽게 겹치면서 꽤나 멋진 모습을 연출해 낸다.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얼마 안 가 다리에 힘이 풀려 자동 휴식시간. 아까 보던 콩밭이 멀리 보이는데 산 중턱에 앉아 내려다보는 모습이 또 새롭다. 등지고 걸어 미처 보지 못한 풍경도 부록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길을 재촉한다. 왼쪽 또 오른쪽, 구불구불 오르막 그리고 다시 나타난 차단기 넘어 도착. 화절령이다.

정선=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지선 1년 앞으로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