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정암사 경내 우뚝
그늘밑 돌계단 찬기 머금은 '천연 냉장고'
만항 야생화 마을·정선 삼탄아트마인
오가는길 이색 볼거리 트레킹 재미 더해
7월18일 정선. 다시 만항재다. 아마도 명품하늘숲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일 것 같다. 하이원 CC에서 출발하는 자작나무코스(2구간)의 날머리이고, 한겨레코스(3구간), 해맞이코스(4구간)의 들머리다. 또 오늘 출발하는 한마음코스(12구간)의 또 다른 시작점이기도 하다. 만항재 가는 길. 또 그 꼬불꼬불길을 오른다.
“그래도 정암사는 꼭 한번 가봐야겠죠?” 그 많은 시간 정선에 취재를 오면서 그저 눈인사만 나누던 곳이다. 동행한 사진부장도 찬성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이참에 수마노탑은 꼭 한번 보고 가보자고.”
# '중력' 방향으로 코스 수정하고 출발=사실 한마음코스는 마운틴콘도(이하 콘도)에서 출발해 화절령을 찍고 운탄고도(運炭高道)를 지나 다시 차도를 타고 콘도로 돌아가는 엄청난 길이의 구간이다. 이 안에는 하늘마중코스(1구간·콘도↔하이원CC)와 자작나무코스(하이원CC↔만항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코스가 방대하고 중복되는 곳이 많다 보니 동부지방산림청(청장:최준석)이 최근 하루에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코스들을 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정리해 따로 떼어 낸 곳 중 하나가 바로 '만항재↔콘도' 구간이다. 길이가 14㎞ 정도 되니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오늘은 산길을 타고 가는 구간이 아니니 반팔, 반바지 차림이다. 운탄고도를 등에 지고 삼각형 모양의 만항재쉼터 가운데 서 본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 9시 방향 산길에 올라타면 함백산과 은대봉, 두문동재, 금대봉으로 가는 길이 쭉 이어지고 그대로 차도(함백산로)를 타고 내려가면 오늘의 코스에 제대로 접어들게 된다. 원래 콘도에서 출발해 만항재에 닿는 길이지만 날씨를 감안해 거꾸로 코스를 선택, 중력의 힘을 빌어 천천히 출발해 본다.
# '정암사' 그리고 '수마노탑'에 다다르다=조그맣게 '꼬불' 그리고 조금 더 큰 궤적을 그리며 '꼬불' 거리며 내려오니 만항야생화공원 푯말이 등장한다. 그 푯말 옆으로 길을 따라 장승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다. 첫 볼거리다. 부지런히 걷는다. 이내 마을에 접어든다. 해발 1,100m 만항 야생화 마을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길을 따라 좌우로 들어서 있는데 예쁘다. 이러구러 매끈하게 빠진 길을 타고 다시 내려간다. 얼마를 걸었을까. 길 오른쪽으로 산불통제초소 너머 적조암 입구가 보인다. 적조암은 동학2세 교조 해월신사가 1872년 10월15일부터 12월5일까지 49일간 특별기도를 한 곳이라고 안내판이 설명하고 있다. 적조암까지 1㎞ 거리라고 하니 족히 1시간은 걸릴 것 같아 일단 어떤 곳인지를 아는 선에서 패스. 그리고 뚜벅뚜벅. 마침내 다다른 정암사.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하나로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이 더 유명한 것은 바로 저기 산비탈에 솟아오른 '수마노탑(보물 제410호)' 때문. 고즈넉한 경내를 지나 탑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계단을 오른다. 태양 아래 이글거리던 아스팔트 길을 타고 한참을 내려왔으니 그늘 아래 한껏 차가워진 돌계단은 그야말로 천연 냉장고다. 발바닥이 닿을 때마다 열기 한 움큼씩을 뺏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돌계단이 계속이다.
# 수마노탑 찍고 '정선 삼탄아트마인'으로=삐질삐질 땀을 훔치며 올라가다 보니 마침내 탑 아래 도착. 벽돌을 잘라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이나 각각의 지붕돌 사각의 귀퉁이마다 달려 있는 풍경의 모습은 전에 보던 탑들과는 사뭇 다르다. 때마침 한 줄기 바람이 탑에 부닥친다. '댕그랑.' 그 소리는 이내 수십 개의 풍경으로 옮겨 가며 산속을 가득 채운다. 이 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해서 적멸보궁 안에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 대신 예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수마노탑에 예를 갖춘 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번에 들를 곳은 삼탄아트마인. 원래 코스에서 조금은 벗어나지만 오로지 길을 걷는 것만이 트레킹의 목적은 아니지 않는가. 더군다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2001년 10월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활용한 일종의 문화예술단지라고 할 수 있겠다. 입장권을 사고 건물로 들어섰다. 각 층마다 전시가 즐비하다. 탄광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는 물론 특이하게 진시황제 병마용도 전시돼 있다. 특히 곳곳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 더위에 가장 하이라이트는 1층에 있는 와인저장고. 갱도의 일부를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밖의 기온과는 상관없이 엄청나게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온다. 발을 떼기 쉽지 않지만 다시 본래 코스로 복귀. 이제 제법 큰 건물들이 보인다. 고한역을 지나치고도 한참을 걸어 다시 왼쪽 길로 접어든다. 멀리 콘도가 보인다.
정선=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