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서 반겨주는 자작나무·낙엽송·전나무의 향연 환상적
언덕은 완만하고 여러 갈래 길 컨디션 맞춰 코스 정할수도
트레킹 전 '대관령숲안내센터' 방문하면 많은 도움 받아
지난해 6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된 '올림픽 트레킹로드를 가다' 프로젝트. 1년3개월여 걸친 '올림픽아리바우길', '명품하늘숲길' 396㎞ 탐방에 이어 드디어 '대관령 국민행복숲'에 입성했다. 3,000㏊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다. 대관령은 연간 5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한마디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평가를 가볍게 뛰어넘는 대단한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왜 이제서야 나타났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비경들이 그것. 눈이 호사를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피톤치드(Phytoncide) 잔뜩 머금은 몸도 덩달아 건강해지는 기분. '대관령 국민행복숲'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닿는 첫 느낌이다.
동부지방산림청(청장:최준석)은 '대관령 국민행복숲'을 △역사의 숲 △문화의 숲 △참여의 숲 등 3가지 테마로 나눠 오는 2019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1년을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미 있는 대관령, 그 자연이 어디 가겠는가. 조바심에 대관령으로 출발이다.
# 대관령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지리적으로 보자면 대관령은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 사이에 위치한 고개다. 평창 출신 소설가 김도연이 소설 제목(아흔아홉)으로 가져다 쓴 것처럼 고개가 험하다고 해서 '구십구곡(九十九曲)'이라고 불린 곳. 그리고 주변에 대관령 양떼목장이 유명하고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 선생의 손을 잡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이라는 것 정도가 대관령에 대해 알고 있는 내 지식의 최대치다.
이번에야 알았지만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국민의 숲이며, 금강송 둘레길, 어흘리 소나무 숲 등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야말로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대관령 국민행복숲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얻기 위해서는 올 초 동부지방산림청이 세운 '대관령숲안내센터(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4-276)'를 방문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센터는 옛 대관령휴게소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 센터 건물 벽면에 종합 안내도(5×4m)가 있고 숲길체험지도사들이 있어 트레킹에 나서기 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9일 우리도 일단 센터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는 사무실로 이동, 그리고 명함을 나눈 다음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대관령에 대해서는 우스갯소리로 모르는 것 빼고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묻는 족족, 그들 입에서는 고급 정보가 술술 흘러나온다. 그 지식들을 머릿속에, 또 메모지에 꽉꽉 눌러 담고는 바로 길 위에 올라탔다.
# '국민의 숲' 찾아가는 길
대관령 국민행복숲에서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국민의 숲' 트레킹 길이다. “저~기 맞은편에 있는 대관령휴게소 지나쳐 마을길로 접어들면 바로래요…” 이 말에 이끌려 정한 장소다. 센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이름 자체가 뭔지 장엄한 느낌이다. 비가 언제 내리칠지 모르니 마음이 분주하다. 설명대로 차를 몰고 주차장이 너른 옛 대관령휴게소에 들어섰다. 머리 위로 강원도가 운영하는 풍력발전기는 연신 돌아가는데 휴가 끝물인데도 주차장에 사람과 차량들로 빼곡하다. 코앞에 있는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은 관광객인 듯하다. 그들을 지나치고 건물에 바짝 붙은 후 남경식당 안내판 방향(대관령마루길)으로 우회전. 반드시 마을(횡계3리)길로 가야 한다. 그 아래 왼쪽 길을 선택하면 그대로 456번 지방도를 타게 된다. 남경식당 발견. 여기서 조금만 더 도로를 타고 올라가니 '국민의 숲 트레킹 코스'라고 쓰인 파란색 이정표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이정표 바로 직전, 국민의 숲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 끈을 동여맨다.
들머리에는 숲길 안내도가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는 '횡계3리 등산(트레킹 코스) 안내도'라고 쓰여 있다. 만일 이쪽 길이 아닌 456번 지방도를 타게 된다면 그대로 진행하다 '동부지방산림청 대관령 산간양묘장' 진입로 인근에 차를 세운 후 차단기를 넘어 양묘장 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그곳도 '국민의 숲'이다.
# 낙엽송, 전나무, 자작나무 여기 다 모여 있었네
횡계3리 쪽 '국민의 숲'에 오르는 길 초입. 숲으로 들어가는 나무계단 전에 널찍한 돌들을 바닥에 깔아 놓았는데 그 사이로 녹색의 풀들이 비집고 솟은 모습이 재밌다. 그 돌 위에 서서 숲을 올려다보면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리한 모습이 보이는데 고개를 높게 치켜들지 않아도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다. 완만한 언덕 정도의 느낌이라는 뜻이다. 아이들과 함께 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난이도다. 자작나무 사이를 지나 나무계단을 타고 나서 숲속 흙길에 발을 디디고 나면 바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 앞으로는 온통 낙엽송(잎갈나무)이 가득하다. 우리는 일단 오른쪽 길을 선택해 걷기로 했다. '구름다리' 방향이다. 길이 여간 예쁘고 멋스러운 게 아니다. 하늘을 향해 우뚝우뚝 솟아 있는 키 큰 낙엽송이 연신 고개를 하늘로 향하게 만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속해서 하늘을 응시한다. 그 사이로 비가 온 후 잠깐 갠 하늘의 모습이 힐끗 힐끗 스치는데 손에 잡힐 것 같은 파란 하늘빛이 금방이라도 낙엽송에 묻어날 것처럼 선명하고 진하다. 낙엽송과 하늘의 컬레버레이션에 마음을 다 내어주고 걷다 보면 또다른 오르막 나무계단 직전에 자그마한 나무 다리를 만난다. 그저 직선으로 만들어도 될 것을 작은 곡선을 넣어 마음을 온통 빼앗아 버린다. 조금 더 걸어 만나는 구름 다리도 깜찍하다. 구름다리 주변은 독일 가문비나무 조림지다. 길을 타고 계속 걸으면 오른쪽으로 전나무 조림지가 나타나고 이내 종비나무 조림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앞으로 녹색의 펜스가 길을 가로 막는데 이곳이대관령 산간양묘장이다. 양묘장을 둘레를 타고 돌아내려 가면 도로에 다다를 수 있다. '국민의 숲'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컨디션에 맞춰 트레킹 코스를 내 맘대로 꾸릴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자전거 트레킹도 가능할 정도로 길이 완만해 부담스럽지 않다.
대관령=오석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