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눈앞에 펼쳐진 하늘길 초록빛 잔뜩 머금은 숲 바라만 봐도 힐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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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명품하늘숲길 두리번코스

◇화절령과 두위봉 중간에 위치한 돌무지 구간. 시야가 확 트인 이 구간은 능선들이 길게 펼쳐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이 능선들은 해발 1,400m가 넘는 고봉들이다. 정선=김남덕기자(사진맨위쪽) ◇구간 중간에 능선 주변으로 펼쳐진 풍경. 해발 1,000m가 넘는 산자락 사이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들이 보인다.(사진세번째) ◇화절령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능선에 오르자 천연림이 밀림을 이루고 있다. 수백년 지난 나무들이 등반객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사진네번째)

이번에 탐방한 곳은 명품하늘숲길 일곱 번째 구간이다. 일명 두리번코스.

'두리번두리번(눈을 크게 뜨고 자꾸 여기저기를 휘둘러 살펴보는 모양)'에서 나온 이름인 것 같다. 아마도 구간의 날머리가 매년 철쭉제가 열리는 두위봉이기 때문에 눈호강을 기대하라는 의미에서 붙인 듯하다. 기대감을 높이는 작명. 들머리는 화절령(花切嶺), 꽃꺾이재다. 정선과 사북을 잇는 고개로 산나물을 뜯으러 나온 아낙네들이 아름답게 피어난 야생화를 꺾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땔감을 하던 총각들이 꽃 꺾기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에게 나무 한 단씩을 준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화절령은 명품하늘숲길 1구간하늘마중코스 중간에 있는 곳이다.

콘도부터 시작하는 1코스를 다시 걸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5일 개장한 하이원 워터월드 맞은편 포장이 잘된 산길을 올라탔다. 물론 차량을 이용했다.

화절령까지 꽤나 꼬불꼬불 계속해서 길이 이어진다. 얼마간 비포장도로가 펼쳐지는데 높이가 낮은 승용차는 십중팔구 긁히겠다 싶을 정도로 울퉁불퉁이다.

명품하늘숲길 전체 12구간 중 난이도 '상'

바위 타 넘고 험한 오르막에 체력 방전될 쯤

탄성 절로 나오는 절경에 피로 눈 녹듯 풀려

1,400년 된 천연기념물 '정선 두위봉 주목'

웅장한 모습·근엄한 자태에 모두 숙연해져

# 녹음 우거진 산속으로 '풍덩'=차에서 내려 산행할 채비를 한다. 그런데 출발부터 난감하다. 오늘(6월11일) 걸어야 할 코스의 진짜 들머리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안내표지판도 없다. 분명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는 게 맞기는 한데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개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 보자구.”

시계를 보니 시간은 낮 12시. 사진부장이 재촉한다. 일단 한 길을 택해 산속에 들어서 본다. 다행히 길은 잘 찾은 것 같다. 좀전에 고민하던 여러 갈래 길은 결국 하나의 길로 연결돼 있었다.

화절령에서 두위봉 정상으로 가려면 일단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 길 위에 제대로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샛길 없는 작은 오솔길 하나가 산 위로 쭉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란색, 빨간색 산악회 리본까지 보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든든하다. 어찌됐건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지는 않는 그런 느낌의 길이다. 그래선지 마치 코스를 새롭게 개척(?)하는 느낌까지 든다.

빼곡히 어깨를 맞대고 하늘로 치솟은 나무는 어느새 터널을 만들고는 넉넉한 그늘을 선물하고, 키 작은 꽃과 풀은 오솔길 양옆에 도열해 파도치며 다리를 간지럽힌다. '녹음(綠陰)이 우거졌다'는 표현에 가장 잘 들어맞는 그런 풍경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내린 빗물을 잔뜩 머금었는지 숲 속에 뿜어내는 녹색의 기운이 인상적이다. 얼마를 더 걸어 최초의 안내표지판 발견. 힘들다. 그런데 이제 겨우 500m 왔단다.

# 난이도 상(上)… 풍경은 갑(甲)=이번 두리번 구간은 명품하늘숲길 전체 12개 구간 중에서 난이도 상(上)이다. 걷는 구간 여기저기에 '타야' 하는 곳이 나타난다. 길 한가운데 야속하게 박혀 있는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하고, 갑자기 높아지는 경사를 타고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한번 크게 힘을 쓰고 나면 산속에서의 체력은 이내 방전되고 만다.

시간이 지날수록 쉬는 시간이 잦아지고 길어질 때 즈음 앞서가던 사진부장이 다가와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그냥 내려가는 게 어때? 나머지 코스는 나 혼자 갔다 내려갈게.” 땀으로 샤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꽤나 처량했나 보다. “차라리 모르는 길 가는게 낫죠. 저 길을 어떻게 거슬러 가요.”

이러구러 시간은 흘러 2시간을 막 넘어설 무렵 아까 포기하고 내려갔으면 정말 후회했을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등성이를 제대로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나타나는데 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절경이다. 출발하면서 켜 뒀던 등산앱을 보니 화절령을 출발해 2.5㎞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한 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좁은 공간이고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게 보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져들게 할 정도다. 이 구간이 좀 더 정리되고 개발된다면 분명 전망대가 놓일 곳이라 생각된다. 한 시간쯤을 더 걸었을까. 이번에도 전에 못 보던 장면이 펼쳐진다. 특이한 공간에 걸터 앉아 일단 휴식을 취했다.

# 돌무더기 찍고… 주목군락지 감상=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돌산, 아니 돌무지(매우 많은 돌이 깔려 있는 땅)가 나타난다. 참 변화무쌍한 코스다. 이번에는 뻥 뚫린 시원한 풍경에 눈이 호사를 누린다. 아까와는 또 다른 감흥이다. 이래서 걷는다. 고개를 드니 돌무지 사이로 박혀 있는 안내판. 걸어온 길이 3㎞ 정도. 두위봉 정상까지 2.1㎞라고 적혀 있으니 구간의 절반은 훌쩍 넘어섰다. 스스로 대견스러운 순간이다.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이고 돌무지를 넘어선다. 얼마를 더 갔을까. 조금 전 돌무지보다는 작은 돌들이 모여 있는 그 위로 올라서니 또 다른 풍경들이 보인다. 또 다른 절경 포인트다. 여기저기서 나타난 능선이 이어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뻗어 나가는 모습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제서야 도사곡유원지에서 출발하는 원래 등산로가 아닌 화절령에서 출발하는 길을 명품하늘숲길 구간 중 하나로 정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길'이 바로 저기에 있다.

다시 한번 한참을 풍경 안에 흠뻑 빠져 있다 짐짓 정신을 차린다. 조금 더 올라가면 도사곡유원지에서 시작된 등산로와 교차하며 만나게 된다. 그 유명한 주목군락지는 이곳에서 도사곡유원지 방향으로 200m를 다시 내려가야 볼 수 있다. 슬쩍 쉼터 벤치에 누우려고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주목군락지를 안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중력을 벗 삼아 터덜터덜 내려갔다. 이내 숙연해지는 분위기. 1,200~1,400년이 됐다는 '정선 두위봉 주목(천연기념물 제433호)'은 그 웅장한 모습이나 근엄한 자태가 모두를 압도했다. 예를 갖추고 다시 두위봉 정상으로 출발. 두리번두리번 거리게 하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만화경 같은 볼거리의 선물세트. 바로 두리번코스의 매력이다.

정선=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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