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탄성 자아내는 웅장한 협곡 한국에도 이런 절경이 숨겨져 있었다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 명품하늘숲길 고생대코스(상)

◇위부터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삼척시 도계읍 통리협곡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관광객들이 미인폭포를 찾아 비경을 감상하고 있다.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장 인물 모형이 통리역 부근에 설치돼 있다. 김남덕기자

바람의 언덕~삼척 육백산 족히 30㎞ 달해

초짜에게 힘겨워 … 일단 통리까지 가기로

길의 끝자락에 만난 통리협곡과 미인폭포

이 코스의 이름이 왜 '고생대'인지 알려줘

고랭지배추밭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 폭의 그림. '바람의 언덕(매봉산·태백 소재)'을 출발해 '삼척 육백산'에 이르는 코스다. 산과 산을 이어 걷는 구간으로 거리만 족히 30㎞는 된다. 트레킹 초짜에게 이 코스를 하루에 돌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볼 것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 레이스하듯이 걷는, 오로지 그것이 목적인 트레킹도 기자는 싫다. 혜민 스님의 책 제목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것이 그동안 수많은 길에 오르며 느낀 거의 유일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7월24일) 날씨도 말 그대로 한증막이다. 걷기를 시작하는 곳이 태백인데도 예외 없는 더위다. 일단 삼척 통리까지 가보기로 하고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한달 전에 본 '명불허전' 절경(본보 6월8일자 22면 보도)이 그대로다. 볼거리가 한 보따리다. 차곡차곡 눈 안에 저장. 그리고 일단 작전타임.

# 왜 고생대코스일까=“후~ 인간적(?)으로 여길 하루에 걷는 건 힘들겠죠?” 시작부터 나도 모르게 터지는 한숨. 지도를 보며 사진부장에게 묻는다. “힘들지 않을까. 더군다나 오 기자 걸음이면 불가능한 일이지(웃음). 아무튼 출발해 보자고.”

오전인데도 햇살이 엄청 따갑다. 여기가 태백인데도 그렇다. 일단 변변한 그늘 하나 없는 개활지, '바람의 언덕' 품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걷게 될 이 전체 구간의 이름을 왜 고생대코스라고 지었을까. 오늘 날머리 목표인 통리에 도착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길만 보고 걷다 보면 놓칠 수 있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거뭇거뭇 그늘 그득한 숲 속 녹색의 바다로 풍덩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 3~4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 여전히 3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시원한 느낌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 생각 없이 도로(매봉산길)를 타고 무작정 걷다가는 피재(삼수령)에 다다르게 되는데 완전히 잘못된 길이다. 갈림길에서 무조건 오른쪽 숲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러면 다시 세 방향으로 갈라지는 도로를 만난다. 작은 피재다. 그대로 길을 건너 왼쪽 옆구리에 산을 끼고 다시 내려간다. 땀은 나지만 내려가는 코스이니 마음은 가볍다. 지척에 잘 지어진 건물들이 보인다. K-water태백권관리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연수원이란다. 그 아래로 그 유명한 구와우마을이 있다.

# 드디어 통리에 도착=길을 걷다 다시 임도를 만난다. 이정표를 보니 작은 피재에서 벌써 2.2㎞를 걸었단다. 콘크리트가 깔린 임도는 뜨끈뜨끈이다. 임도를 타고 그대로 가면 태백시위생사업소 방향이다. 이 길로 갔다가는 중간에 산길로 빠질 수 없어 다시 돌아와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임도를 건너 푯말이 가리키는 '전망대' 방향 숲으로 들어가야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내리막길이지만 작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땀이 그야말로 비 오듯이 쏟아진다. 경치 좋은 곳에서 한참을 쉬고 길 위에 다시 올라본다. 다시 시작되는 내리막길. 만면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이제 마지막 내리막인가 보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 뜬금없이 오르막이 시작된다. 유령산으로 오르는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정상에 올랐지만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치고 있어 별다른 조망은 없다. 하지만 그늘은 그만이다. 또 휴식을 취해본다. 두 번째 작전타임이다. 잠시 후면 목표로 한 통리까지는 매조지 할 수 있기에 통리에서 육백산 초입인 구사리 구간까지 내친김에 한번 더 가보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자리를 털고 내려간다. 얼마 가지 않아 유령산 영당이 나오고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곧 시내에 닿게 된다는 신호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시 만나는 갈림길. '통리역 하산길 1㎞' 방향을 택해 좌회전. 다시 느릅령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을 빠져나온다. 드디어 통리다.

# 통리역 찍고 통리협곡&미인폭포로=산길을 벗어나니 햇빛 작열이다. 나가는 길 오른쪽 작은 농가가 보인다.닭장도 있는데 날이 더워선지 그 안에 들어있는 닭 한 마리가 영 맥을 못 춘다. “네 모습이 딱 내 꼴이구나.” 중얼거리고 있으려니 사진부장이 채근한다.

큰길로 나선다. 바로 앞에 통리역이 나타난다. 레일바이크가 운영되고 있는데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철로 침목 사이에 화분처럼 꽃을 쭉 심어놨는데 여간 예쁜 게 아니다. 역사 안에는 통리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부터는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얼마 안 가 태양의 후예 공원 발견. 우르크 성당이 그대로 복원돼 있다. 사진 찍기 삼매경.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육백산에 오르기 전 코스인 통리에서 구사리 구간 들머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보니 미인폭포 이정표를 발견한다. “300m만 가면 된다는데 한번 들렀다 갈까.” 사진부장의 질문. 함께 간 겸로 이형재 화백의 찬성. 가볍게 동의. 평지인 줄 알았다. 길 아래로 한참을 내려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계속되는 내리막. 순간 펼쳐지는 협곡. “이야~” 탄성 합창이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곳. 하마터면 이 풍경을 놓칠 뻔했다. 고생대와 중생대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곳이란다. 그제서야 이 구간 이름이 왜 고생대코스인지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통리협곡과 어우러진 미인폭포의 모습도 장관이다. 길의 가장 끝자락에 앉아 이 풍경들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다.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걱정 한 자락이 스윽하고 밀려온다. 저기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순간 “자, 이제 출발합시다.” 야속한한마디가 들려온다. 별 수 없다. 땀 한 바가지면 되겠지. 터덜터덜 또 다른 산행 시작이다.

오석기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지선 1년 앞으로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