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 선림원 절터에서 출토된 망와(지붕의 마루 끝에 세우는 우뚝한 암막새)다. 신라시대 절집 용마루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릅 뜬 눈과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보이는 이 망와는 세상의 사악함을 향한 단호한 경고인 것처럼 여겨진다. 고부조로 양감이 강하게 제작돼 지금이라도 물어뜯어버릴 것처럼 생동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선림원이 있는 '미천골'이라는 이름은 당시 절에서 쌀 씻은 물이 계곡을 가득 채워 흘러나온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규모 면에서도 대단한 사찰이었음을 말해주는 설화다. 망와 하나만으로도 당시 선림원의 위용이 어떠했을지 짐작된다.
오늘날 남아 있는 유물들인 선림원지 삼층석탑(보물444호)을 비롯해 발굴 때 대량 출토된 기와들이 모두 9세기(신라)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시대에 절의 대대적인 중창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 사찰은 중창 후 얼마 되지 않아 태풍과 대홍수로 산이 무너져내렸고 금당·조사당 등 중요 건물들을 덮어버렸기 때문에 폐사된 뒤 다시는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발굴 때 당시 각종 기와들이 고스란히 출토될 수 있었다.
양양 선림원지는 강원도기념물 제53호이며, 선림원 절터 망와는 국립춘천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자료제공=국립춘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