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처럼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웠던 시절에도 우리 민족에게 추석은 풍요로움 자체였다. 추석을 앞두고 고사리 같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장을 찾은 어머니는 꼬깃꼬깃 품속에 고이 간직한 돈을 꺼내 새 옷과 새 신발을 사주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달력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 엄마와 장 보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추석을 앞두면 아이에게도 일거리가 주어진다. 뒷산에 올라가 송편에 넣을 솔잎을 따 오는 일이다. 솔잎에 찔려 따끔거리고 손에는 송진이 묻어 끈적거리지만 아이는 솔향 가득한 송편을 한 입 베어 먹을 생각에 그저 즐겁기만 하다. 햅쌀을 곱게 찧어 만든 반죽을 평평하게 편 뒤 소를 넣고 동그랗게 오므려 빚은 송편은 솔잎 향과 어우러져 맛과 향을 더한다. ▼송편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처녀와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예쁜 딸을 낳는다고 했다. 송편 속에 가로로 솔잎을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 솔잎의 귀 쪽이 나오면 딸이고, 뾰족한 끝 쪽이 나오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송편의 소로 넣는 재료도 깨와 팥, 콩, 밤 등 다양하다. 감자가 많았던 강원도에서는 햅쌀 대신 감자녹말을 반죽해 팥이나 강낭콩을 넣은 감자송편을 많이 빚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편이 기대되는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올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시절처럼 대청마루에 온 가족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빚기는 힘들 것 같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보건 당국과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고향 대신 전국 곳곳의 관광지를 찾는 추캉스족으로 인해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의 리조트는 만실이다. 고향 대청마루는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빚었던 솔향 가득한 송편을 떠올리며 온 가족이 함께 사랑을 되새기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
이명우부장·woo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