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계엄 포고로 수용시설에 끌려가 보호감호를 받던 중 탈출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70대가 재심을 통해 40여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A(71)씨의 항소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1980년 8월 계엄 포고 제13호 발령에 따라 A씨는 특정시설에 끌려간 이후 2년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일부 수용자들과 탈출을 시도했지만 붙잡혀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징역 6개월이 확정됐다. A씨를 군사시설에 가두고 보호감호 처분한 근거는 계엄 포고 제13호(불량배 일제 검거)와 구 사회보호법이다. 폭력 사범,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수용하고,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등으로 순화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게 당시 포고문 내용이다. 수용시설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 불법 행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 12월 계엄 포고 제13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위헌·무효라고 결정하면서, 관련 사건들이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불법 구금됐다가 수용시설에서 탈출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A씨는 법원에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3월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는 위헌·무효라고 인정되므로 계엄 포고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