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호우특보가 내려진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519㎜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차량과 주택이 침수돼 3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갑자기 들어찬 물에 고립된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고, 소방당국은 보트까지 동원해 구조 작업을 펼쳤다.
곳곳의 도로가 통제됐으며 코레일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장항선, 서해선 일부 구간 일반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충남도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5시 14분께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으며, 이어 오전 6시 15분께 인근에 정차돼 있던 다른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60대 남성 A씨를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인근 수색을 이어간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 25분께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지점 주변에서 물에 빠져 숨져 있는 80대 남성 B씨 발견했다.
경찰은 B씨 차량이 인근에 정차된 점을 토대로 B씨가 차량을 몰다가 밖으로 나와 폭우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당진시장 인근에 있는 침수된 주택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배수 작업에 나선 소방 당국은 정오께 침수된 지하실에서 80대 남성 C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청양에서는 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이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시 정안면에서도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던 주민 등 3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신체 일부가 매몰돼 중경상을 입었다.

하천이 범람하거나 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고립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 마을은 전기, 수도, 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됐고 삽교천과 접하고 있는 삽교읍 하포리 마을도 물에 잠겼다.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 도로와 논밭 구분이 되지 않았고, 소가 빗물에 떠내려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공주시 유구읍에서는 마을 50가구 중 20가구에 물이 차면서 15명이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대원들은 성인 허리 높이까지 침수된 이 마을에서 주민들을 업어 대피시켰다.
물이 가득 차버린 마을에서는 보트까지 동원됐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에서는 둑이 무너지면서 축사로 물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면서, 주민 1명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낮 12시 42분께 보트를 이용해 주민을 구조했다.
당진시 용연동에서도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이용해 구조 작업을 했다.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주민들도 마을 옆을 지나는 도당천이 범람해 "몸만 겨우 빠져나와 어두컴컴한 산을 넘어 대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212세대 주민 942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 친척 집, 초등학교 등으로 몸을 피했다.

주택과 농경지, 시장 등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당진천에 유입되지 못한 빗물이 인근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시장이 침수됐다.
당진 전통시장과 어시장에서는 냉장고와 테이블, 의자 등 집기류가 빗물에 떠내려갔고, 상가 내부는 흙탕물로 뒤덮였다.
서산동부전통시장, 대산종합시장, 해미읍성 전통시장 등 서산지역 3개 전통 시장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도로가 유실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으며, 하천 곳곳도 범람하거나 범람 위기를 맞았다.
물 폭탄이 쏟아진 서산 성연면 성연삼거리 일대에는 빗물이 가득 찼고, 읍내동 골목과 도로는 침수됐다.
당진시 채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빗물이 들이치면서 차량 여러 대가 침수됐다.
폭우에 홍성 갈산천이 범람했고, 금강지류인 예산 삽교천 4개 지점 수위가 모두 홍수경보 단계에 달했고 당진 역천, 세종시 상조천교에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아산 둔포천·군계천·음봉천 등도 범람 위험 수위에 가까워진 상태다.
세종시 소정면 광암교도 폭우에 다리 일부가 주저앉아 통행이 통제됐다.
조치원 일대 1번 국도도 한때 잠겨 차량 6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천안 성남면 화성리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도내 곳곳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봤다.

많은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림청은 17일 오전 6시 30분을 기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린 대전당진고속도로 면천IC 부근 양방향이 한때 전면 통제돼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빗물과 쓸려 내려온 토사에 일부 고속도로 운행이 불가능했고, 국도 39선 일부, 서산시 운산면 등 지역 도로, 지하차도 상당수가 한때 통제됐다.
당진 시내와 면천·고대·석문면을 오가는 버스 운행 일부가 중단됐다.
폭우의 영향으로 일반열차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역에서 대전역 간 일반 열차 운행을 일시 중지했다. KTX는 전 구간 운행 중이다.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 일반열차 운행도 멈춘 상태다.
1호선 전동열차는 평택역에서 신창역까지 구간이 일시 운행 중지된다. 연천에서 평택역 간 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당진·서산·아산·예산·홍성 등 5개 시군의 모든 학교와 함께 천안 7개교와 공주 12개교 등 총 502개교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로 도내 21개 학교에서 교사동과 운동장 등 시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경찰청은 경비 비상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홍수조절을 위해 보령댐 수문 방류를 하고, 시설물 등 피해가 없도록 인근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많은 비가 내렸지만, 앞으로도 비가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서산 519㎜, 홍성 414.3㎜, 세종 전의 386㎜, 당진 신평 378㎜, 공주 유구 375㎜, 청양 369㎜ 등이다.
1시간 최대 강수량은 서산 114.9㎜, 홍성 98.2㎜, 춘장대(서천) 98㎜, 태안 89.5㎜ 등으로 기록됐다.
서산에는 이날 오전 0시부터 10시간 30분 동안 438.5㎜가 쏟아지기도 했다.
438.5㎜는 1968년 1월 서산에서 지금과 같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서산 일강수량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기존 최고치는 1999년 8월 2일 274.5㎜이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광주·전남에도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빗물에 차량과 운전자 고립이 속출했으며 주택과 상가는 물론 지하철 역사까지 잠기면서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일상이 마비됐다.
홍수경보가 내려진 주요 하천도 범람 직전까지 물이 차올라 재난 당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일 강수량은 광주가 386.4㎜로 가장 많았다.
전남 곡성 옥과 357㎜, 담양 봉산 352.5㎜, 나주 292㎜, 함평 월야 282.5㎜, 화순 백아 263.5㎜ 등 평소 7월 한 달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졌다.
전남 나주에는 한때 시간당 92㎜가 내렸고 광주 남구 80㎜, 담양 봉산 74㎜, 순천 70.8㎜, 곡성군 옥과면 70.5㎜, 구례군 성삼재 57.5㎜ 등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지방기상청은 200∼300㎜, 많은 곳은 400㎜ 이상이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한꺼번에 내린 많은 비에 고립 등 아찔한 상황이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 54분께 광주 북구 임동 광천2교에서 빗물에 사람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늘어난 광주천 수위에 어려움을 겪다가 1시간 20여분 만에 구조를 마쳤다.
앞서 오후 1시 22분께는 광주 북구 오룡동 과학기술원 인근 도로가 잠기면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다수 고립됐다.
특히 로컬푸드 매장에 있던 77명이 통행로가 사라져 발이 묶였다가 재난 당국에 구조됐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강원 내륙에 최대 160㎜의 비가 쏟아진 강원도 내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거나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들어온 비 피해 119 신고는 나무 전도 32건, 낙석 5건, 토사유출 1건, 포트홀 등 기타 2건 등 총 40건이다. 이날 오후 4시께 홍천군 내면 율전리 한 도로에서 소나무가 쓰러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8시 33분께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에서도 "도로에 직경 10㎝ 크기의 포트홀이 발생했다"는 119 신고가 들어와 소방 당국이 현장을 경찰과 도로 당국에 인계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날 오전 6시 6분께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에서는 단수 피해가 발생해 시 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앞서 같은 날 오전 4시 13분께 춘천시 서면 일대 1천491곳에는 전력 공급이 끊겨 한국전력공사 강원지역본부에서 복구 조치했다.
지난밤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진 가운데 전날 오후 9시 23분께 춘천 신동면에서는 낙석이 발생해 1시간여만에 복구가 이뤄졌다.
이밖에 원주와 홍천, 인제 등지에서도 나무가 쓰러졌고, 속초 조양동 일대 도로는 침수돼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이날 낙뢰 예보로 춘천 삼악산 케이블카의 운영이 오전과 오후 각 두 차례 한때 운영이 중단됐으나 오후 3시 35분께 재개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호우피해 대응에 나섰다.

현재 설악산과 치악산 등 국립공원 내 28곳의 출입로가 통제된 데 이어 폭우가 내리는 각 시·군은 재난 문자를 송출하고 있다.
도는 이날 오후 여중협 행정부지사 주재로 호우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재난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내륙은 원주 신림 160㎜, 홍천 대곡초 158㎜, 횡성 강림 133㎜, 춘천 덕만이고개 128㎜, 홍천 121.5㎜, 원주 110.2㎜, 인제 신남 104.5㎜, 평창 102㎜, 횡성 101.5㎜ 등이다.
산지는 인제 기린 131.5㎜, 조침령 99㎜, 홍천 내면 92.5㎜, 구룡령 87.5㎜, 양양 오색 85㎜, 설악산 66.5㎜ 등의 비가 내렸고, 해안은 양양 76㎜, 속초 대포 49.5㎜, 고성 토성 29.5㎜, 삼척 원덕 27.5㎜, 강릉 산계 26㎜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도내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강수량은 내륙·산지 50∼100㎜(많은 곳 중·남부 내륙 150㎜ 이상), 동해안 10∼50㎜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