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동안 모두 8명 CEO 중
5명 중도 탈락·구속 이어져
임원 대부분 정부·정치권 출신
지역 몰이해 발전전략도 없어
폐광지역 인사들은 '낙하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20년간 폐광지역이 경제 회생은커녕 오히려 후퇴한 이유를 강원랜드의 '인적' 문제에서 찾았다. 강원랜드 낙하산은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의 명분과 역사, 지역의 특수성, 한계와 비전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강원랜드 경영진에 임명되는 현실'을 개탄한 표현이다.
1998년 강원랜드 설립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성과는 둘째치고 3년의 임기를 채운 사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1대 사장인 서병기, 2대 김광식, 3대 오강현, 4대 김진모, 5대 조기송, 6대 최영, 7대 최흥집, 8대 함승희 사장까지 8명의 CEO 중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경우는 3명에 불과하다.
임기를 마쳤더라도 재직 중 뇌물 사건이 뒤늦게 터져 구속되는가 하면, 강원랜드 사장 재직 중 전 직장 근무 당시 뇌물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는 등 CEO가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역대 사장들의 주요 경력을 보면 1~4대 사장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독차지했다. 이어 민간회사 간부, 지자체 고위 공무원 및 검사 출신 국회의원, 감사원 고위공직자 출신이 잇따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강원랜드 대표직이 정권을 잡은 정당의 전리품으로 변질 된 것이다.
최근 폐광지역은 강원랜드 설립 20주년과 맞물려 '사장 퇴진 운동'까지 운운할 정도로 불신이 팽배해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중앙정부가 강원랜드 설립의 근본적인 이유와 폐광지역의 특수성을 알지 못한채 지역사회를 채용비리에 연루된 '적폐 세력'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게 현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사장뿐만이 아니다. 본부장 등 임원도 마찬가지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회사와 폐광지역 업무 등과 연관된 산업통상자원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인사들의 '꿀단지'였다. 2014년까지 선임된 임원 28명 가운데 75%인 21명이 산자부, 문체부, 또는 정치권의 소위 '낙하산'이었다. 강원랜드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 강원랜드의 건설업무를 총괄하는 건설본부장을 맡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문가들은 강원랜드 설립 20년, 폐특법 개정 등을 통한 경제개발전담기구와 중앙에 편향된 수익구조 개선 등 시스템 못지않게 인적 구조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지역에 대한 몰이해와 발전전략 부재를 불러온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이명우·류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