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랜드 20년 정부 손 놓았다]컨트롤타워 없이 주먹구구 투자…벌이는 사업마다 실패 거듭

폐광지 개발 전담기구 시급

◇강원랜드의 폐광지역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나 지원위원회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진폐단체연합회의 강원랜드 카지노호텔 앞에서 관광진흥기금 50% 폐광지역 배분 등을 요구하는 총궐기대회(위쪽)와 지난 2002년 사북항쟁 명예회복과 폐광지역 소외계층 생존권 확보 갱목시위 모습.강원일보DB

폐특법 13년만에 지원위 폐지…지자체·기관들 제각각 사업 추진

중장기 전략도 부실…소규모 토목사업 치중 대체산업 육성 소홀

총리실 산하 지원위원회 설치…카지노 수익 지역환원 강화해야

폐광지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폐특법 제정 23년 동안 폐광지역 개발 전담기구나 지원위원회 하나 없는 현실이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폐광지역 경제회생사업의 시드머니를 생산하는 강원랜드에 대한 매출총량 규제에 이어 시장형 공기업 전환, 대규모 채용 취소 사태, 4년째 계속되는 채용비리 검찰수사 등 전방위적인 압박만을 가하고 있다.

■정부 슬그머니 위원회 폐지=폐광지역의 경우 1995년 폐특법 제정 당시에는 통상산업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재정경제원 제1차관보, 내무부 차관보, 문화체육부 기획관리실장,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건설교통부 차관보, 산림청 차장, 도 행정부지사 등을 위원으로 폐광지역 지원위원회를 운영했다.

하지만 폐광지역 진흥지구 등 초기 업무가 끝나자 폐광지역 경제회생 등 개발 업무는 카지노와 리조트 등을 주로 하는 강원랜드에 떠넘기고, 2008년 슬그머니 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폐특법 제26조 조항을 삭제하고 위원회를 없앴다.

폐광지역 개발 업무에 대한 전담조직이 없던 터에 지원위원회마저 사라지자 폐광지역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급속히 추진력을 잃어갔다.

폐광지역의 대체산업 육성 등 개발 업무는 더욱 주먹구구식으로 흘렀다. 개발 업무에 문외한인 카지노 회사인 강원랜드와 폐갱내수 등 광산의 환경오염 업무를 처리하는 한국광해관리공단, 산업부, 도, 시·군이 저마다 사업을 벌이다 실패만 거듭했다.

정부는 폐특법 초창기에 1차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이후에는 폐광지역 경제 개발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담은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지자체도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탄광지역개발사업비와 폐광기금 등 6개 사업에 2조5,709억원을 썼지만 인프라 등 하드웨어 사업에 치중하느라 대체산업 육성 등은 소홀했다.

한 폐광지 지자체 관계자는 “산골 오지가 워낙 많은 데다 교통 개선은 주민 복지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마을 안길 포장 등 소규모 토목사업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주자유도시의 변화=폐광지역이 이러는 사이 제주국제자유도시는 개발전담기구 JDC의 추진력과 국무총리 산하 지원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성과가 약 5,800억원을 투자해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고, 국내의 대표 포털기업인 다음카카오 등 130개 IT와 BT 관련 기업을 제주로 유치한 것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도 마찬가지다. 1조7,810억원을 투자한 끝에 국제학교 3개교를 유치하고 영어교육센터와 주거 상업시설 등을 갖췄다. 의료휴양 연구단지 등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항공우주박물관 등의 성과를 이뤘다.

제주도민지원사업으로 서귀포 관광미항, 곶자왈 도립공원, 국제자유도시 추진인력 양성, 농기계 농어촌기금 조성, 사회적기업 육성 등에도 JDC의 지원이 뒤따랐다. 이런 각종 사업의 자금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 공항 면세점 매출은 5,549억원으로 이 가운데 비용을 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수익이 JDC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반면 강원랜드는 지난해 1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제주공항 면세점보다 3배 이상 높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폐광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JDC와 지원위원회=폐광지역과 제주는 특별법에 의한 지역 육성 정책, 국내 유일의 내국인 면세점과 카지노라는 독점적 지위를 통한 수익 구조 측면에서 같은 점이 많았지만 추진 과정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성패는 개발전담기구와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지원위원회에서 갈렸다.

폐광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카지노 회사에 산업단지와 영어교육센터 등의 개발사업을 하라고 맡긴 데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지난 시기 카지노의 독점 권한인 폐특법의 추가 연장을 앵무새처럼 주문할 게 아니라 개발전담기구와 지원위원회 설립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했다. 1995년 폐특법은 두 차례 연장, 2025년까지 7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이제는 폐광지역 개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폐특법을 개정해 전담기구도, 국무총리실 산하 지원위원회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폐광지역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재부, 산업부, 문화부 등을 찾아다닐 게 아니라 각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지원위원회를 통해 원스톱 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류재일기자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