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목적으로 탄생한 강원랜드가 28일로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기반으로 한 강원랜드는 20년 만에 연매출 1조6,000억원 회사로 급성장했지만, 당초 설립 취지인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은 여전히 요원하다. 강원랜드 설립 20주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23년을 맞아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의 개발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세차례에 나눠 싣는다.
당초 폐광지 회생 목적 설립
중앙 '제곳간 채우기' 열올ㄹ
주민들은 생업 잃고 70% 떠나
유보금 지역개발 활용 목소리
예상대로 강원랜드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오리 사육장에는 '황금알'이 넘쳐나고 있는데 정작 오리의 '주인'인 폐광지역민들은 이전보다 더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1980년대 후반 국내 유일의 자급에너지원인 석탄보다 석유를 들여오는 게 더 낫다며 '석탄산업 합리화' 명분으로 폐광을 유도했다. 탄광으로 돌아가던 지역경제는 대규모 실직 등으로 생존 위기에 몰렸고 사북·태백시위 등으로 불만이 표출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1995년 '폐특법'을 통한 '카지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카지노로 돈을 벌어 폐광지역에 재투자, 경제 회생을 이루라는 취지였다.
20여년이 흐른 현재, 강원랜드와 정부는 배를 두드리는 반면 지역은 배를 곯고 있다. 강원랜드 등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현금성 자산 2조6,238억원과 토지 및 건물 등 기타자산 8,670억원 등 무려 3조3,938억원에 달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금고에 쟁여두거나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 자산이다.
회사가 그동안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수천억원을 투입했다가 실패를 거듭하자 신규투자 등을 꺼리는 탓이다. 강원랜드는 20년간 자회사와 출자회사를 통해 3,089억원을 투자했지만 1,871억원을 날렸다. 이같이 강원랜드가 '돈'을 쌓아두고 있는 반면지역민은 먹고살아 갈 '돈'이 없어 지역을 떠나고 있다. 탄광이 한창이던 1980년대 52만명에 달하던 태백 삼척 영월 정선의 인구는 30%대 수준인 19만7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앙정부는 폐광지를 위한다고 카지노를 세워 놓고는 제 '곳간' 채우기에 바빴다. 강원랜드는 20년간 6조7,898억원을 세금이나 기금으로 내놓았다. 이중 4조8,202억이 중앙 몫이었다.
이에 강원랜드 설립 근간인 옛 탄광 근로자들은 70세 안팎의 노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거둬가고 있는 관광진흥기금의 50%만이라도 지역으로 되돌려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결국 현재처럼 카지노나 리조트 업무를 주로 하는 강원랜드가 비전문적인 개발사업을 벌이고 카지노 이익의 배분도 중앙 몫으로 쏠려있는 현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난 20년처럼 앞으로도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6·13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폐광지역 시장·군수 후보들도 그동안 중앙정부를 상대로 '폐특법 연장'을 외치던 데에서 탈피, '강원랜드는 카지노와 리조트 업무에 집중하고 폐광지역 개발 업무는 가칭 폐광지역경제개발센터를 만들어 전담시키도록 폐특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스템에서는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한 개발 전담조직 구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광희·황만진·이명우·류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