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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 최악의 가뭄 비상]누렇게 탄 배추 보며 깊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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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민둥산으로 변한 영월 남면

◇극심한 가뭄 속 배추속썩음병이 확산되고 있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살수차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배추밭에 물을 대고 있다.

배추속썩음병 확산 일로

황무지 농토 물대기 역부족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영월군 남면 연당5리 가는 길 주변 밭은 초록빛과 민둥산 허허 벌판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이어졌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초록빛 밭도 가까이 가보면 가뭄의 상흔이 낸 생채기가 깊었다. 배추밭은 누렇게 타들어 가고 고추와 옥수수 잎은 말려들어가 있었다.

민둥산 허허벌판은 농민들이 물이 없어 농사를 포기해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이다.

연당5리 초입 강윤덕(59)씨의 밭 1만6,528㎡는 가을걷이가 끝난 것처럼 허허벌판이었다. 당초 옥수수를 심을 예정이었으나 물이 없어 파종 시기를 놓쳤다. 그나마 다른 밭에 심은 옥수수는 잘 자라지도 않아 내달 팔 수 있을지 걱정이 한창이었다. 연당5리는 최근 들어 극심한 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배추속썩음병(일명 꿀통병)이 확산되고 있어 농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장 이재탁(49)씨의 배추밭 1,322㎡에 심어진 배추는 잎이 완전히 주저앉아 비쩍 말라 들어간 것들이 산재해 있었다.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배추 역시 속이 텅 비는 속썩음병으로 상품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영월지역은 지난 5개월 강우량이 133㎜로 평년 254㎜의 52% 수준에 그쳤다. 5월은 17.5㎜으로 평년의 20%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노지 봄배추 산지인 영월은 이맘때쯤이면 430㏊의 봄배추 밭에서 농민들이 출하 준비로 한창 분주했다.

그러나 가뭄 피해가 깊어지면서 잎이 처진 배추가 전체 면적의 30∼40% 안팎을 보이고 있다. 일부 농가는 생육이 안되는 배추밭 등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을 심을 생각이지만 이마저도 인력과 물이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하천도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고 물길이 있었던 자리에는 깊게 자란 풀만 무성하다. 이미 기른 모종을 폐기처분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가뭄 극복을 위해 군과 주민 모두 나서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관정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오고 살수차를 동원하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을 전체 논밭의 물을 대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재탁 이장은 “감자, 옥수수, 토마토, 배추, 무가 연당5리 주민들의 주 생산 작목이지만 얼마나 생육하고 상품성이 있을 지 걱정”이라며 “농사를 지은 지 30년 동안 이처럼 최악의 가뭄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영월=김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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