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26일 성베드로 대성당서 엄수…23일부터 일반인 조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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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분향소가 마련된 대구 중구 주교좌 계산대성당에서 수녀와 신자들이 위령기도를 하고 있다. 2025.4.223 사진=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88세 일기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오는 26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엄수된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22일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 주재로 열린다고 발표했다.

현재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안치된 교황의 관은 오는 23일 오전 9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이날부터 일반 대중도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된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2013년 3월 13일부터 재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심각한 폐렴 때문에 입원했다가 회복해 교황청으로 돌아온 뒤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전날 부활절 대축일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만나고 부활절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최초의 남아메리카 출신이면서,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또한 최초의 남반구 국가 출신이자 이중국적을 보유한 교황이기도 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종려주일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2025.04.22 (바티칸 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미사를 마친 뒤 군중 속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5.04.224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회복을 위해 요양하라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숨을 거두기 전날까지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 곁을 지켰다.

특히 대중이 살아있는 교황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된 이번 부활절에 교황은 유독 직접 군중 앞에 설 것을 고집했는데, 지켜본 이들은 그가 마치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을 직감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치료를 받고 지난 달 23일 퇴원한 교황은 최소 2개월은 요양하며 휴식하라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했다.

교황은 퇴원한 지 꼭 2주 만인 지난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예고 없이 등장해 첫 공식 석상에 섰으며, 이후 로마를 찾은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를 비공개로 만나고 성 베드로 대성전을 깜짝 방문하는 등 외부 일정들을 이어갔다.

부활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교황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졌다.

◇ 20일(현지시간) 성베드로 광장 앞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2025.04.22. (바티칸 AP=연합뉴스)

지난 13일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맞아 교황은 다시 의사의 조언을 무시한 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명의 군중 앞에 깜짝 등장했다.

이후 목요일인 지난 17일에는 매년 해왔던 것처럼 로마의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평소 교황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던 것처럼 직접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 했다.

그러면서 발을 씻어주지는 못하지만 "여러분 곁에 여전히 있는 것은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부활절 당일 오전 교황은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 처소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는 교황의 생전 마지막 외교적 만남이 됐다. 이후 교황은 곧바로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반 신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은 마지막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전했으며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전체 연설문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 등 전 세계의 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모습. 2025.04.22. (로마 EPA=연합뉴스)

그는 이날 육성으로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여,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고 말했는데 이 짧은 메시지는 그가 대중 앞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미사 이후 교황 의전차량(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군중들에 인사까지 하는 교황의 모습에 그의 건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는 정작 이번이 교황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바티칸에 모였던 이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 후 의전차량을 타고 꼭 직접 군중에게 인사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가 이번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도와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교황이 말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종종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는 등 그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는 라벨리 대주교가 교황의 연설문을 대독하면서 틈틈이 옆에 말없이 앉아 있는 교황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교황이 의전차량에 타기 직전 보좌관이 그의 목뒤를 마사지해주는 모습도 잡혔는데, 이는 그가 당시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부활절 미사 이후 성베드로 광장의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4.22. (바티칸 AP=연합뉴스)

광장에 있었다는 로마 시민 마우로는 BBC에 운집한 사람들도 약해진 교황의 모습에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모두가 '교황 만세'를 외치는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면서 "그가 겪는 고통에 대한 존경심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로마 시민 알베르토는 "그는 우리를 축복해줬지만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면서 그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우리에게 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황은 의전차량을 타고 광장을 돌면서 인사를 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채 손을 위로 거의 들어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군중 속에서 들어 올려진 아기들의 손을 잡고 이마를 만지는 등 축복을 전했다.

이날 그가 퇴장하며 손을 흔들어 전한 작별 인사는 그의 영원한 작별 인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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