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출신 고경희 시인 5번째 시집
‘반짝이는 것이 눈물 나게 하네' 출간
아픔 속 평정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
강릉 출신 고경희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쓴 시들을 모아 다섯 번째 시집 ‘반짝이는 것이 눈물 나게 하네'로 엮었다.
1983년 ‘현대시학' 천료로 등단한 시인은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그동안 4권의 시집을 펴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25년만에 시집을 상재했다.
시집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별의 아픔을 삭이는 시적 화자의 처연한 내면 풍경이 강물처럼 반짝인다. 내적으로 무르익은 시선에 담은 풍경이 진한 사골과도 같은 깊은 맛이 느껴진다. 시인의 작품 곳곳에는 아픔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시 ‘편지'에서는 “보내고 보내도 또 만나지는”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냥 지쳐 쓰러지기보다 견디는 과정이 무한하게 펼쳐진다. 화자인 그녀는 강가로 들판으로, 때론 저 멀리 중국 연변의 용정을 돌아다닌다. 그곳에서 만나는 감나무와 소나무, 아카시아, 함박꽃, 애기똥풀, 백일홍, 꽃다지, 냉이, 매미, 불개미, 잠자리, 개구리, 거미, 저어새… 자연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작은 위로를 건넨다. 자연은 그녀에게 상한 심정을 치유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시인은 또 그리움은 굳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랑과 그리움은 짝”이라고 말하며 그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된다. 그리움을 감당하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수많은 아픔을 감내하며 그리움의 농도를 묽게 해서 평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의 해설이 따라붙는 것과 달리 시인의 시집에는 일반인의 소감을 담아 이채롭다. 미술출판을 하는 정민영 아트북스 대표는 시집을 시적 화자인 ‘그녀'가 이별 후 홀로 서기 하는 과정의 결실로 이해한다. 정 대표는 “시집을 읽는 것은 ‘참 힘든 사랑'으로 겪은 그리움의 몸살과 내적 갈등을 지켜보며 ‘그녀'를 응원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켈파트프레스 刊. 144쪽. 1만2,000원.
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