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개성살린 발전 헌법적 공감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의 일 책임
중앙집중식 성장 한계 대안 역할
국세-지방세 4대6 목표 개혁추진
일본과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접어든 시기는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구조, 법률 및 행정 체계 등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여러 면에서 수년 뒤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 등 심각한 우리의 현안 과제들도 일본은 일찍부터 겪고 대응책을 고심해 왔다.
지방자치, 지방분권도 비슷하다. 일본은 수도권 집중화, 인구 감소 등의 대책 마련을 위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헌법을 토대로 한 지방분권 개혁을 시작했다. 법률과 행정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분권 사례는 서양의 사례보다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 훨씬 수월하다. 진행 중인 일본의 분권 추진 성과와 과제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20년 전 시작된 지방분권 움직임=1947년 일본은 지방자치법이 공포되고 신헌법이 제정되면서 현대적 형태의 지방자치 제도를 갖추게 됐다. 이후 신헌법을 토대로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이 시행되면서 1차 지방분권개혁이 시작된다. 지방분권추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행정을 자주적이고 종합적으로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국방 같이 전국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제외하곤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어 2001년 국가보조금 개편을 통한 세제 개혁인 일명 '삼위일체' 개혁이 시작됐다. 2006년엔 지방분권추진법 개정이 이뤄지며 2차 지방분권 개혁 시기에 접어들었다. 법의 개정뿐만 아니라 내각총리대신이 중심이 된 분권추진본부 등이 세워지며 1차 개혁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했다.
그 결과 지금의 일본 지방분권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다. 중앙정부의 지침이나 허락 없이 지역 스스로 자치단체의 통폐합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의원 수도 정할 수 있다. 지방경찰도 마약부서를 둘 것인지 여부 등을 중앙경찰과 별도로 알아서 정한다.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업무를 분산시키는 일명 '기관위임사무'도 폐지됐다. 정부가 지방행정에 대한 포괄적 지휘감독권을 놓았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대형 지역개발 사업에서 중앙정부의 입김이 최소화하는 등 지역으로 권력이 크게 이양됐다. 일련의 분권 개혁은 지방의 개성이 살아난 발전 없이는 국가적 역동성을 살릴 수 없다는 헌법적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
요코하마시 정책국 관계자는 “헌법을 바탕으로 한 지방분권이 없었다면 창조도시로 불리는 요코하마도 없었을 것”이라며 “중앙집중 행정이 불러온 한계상황을 풀 수 있는 것이 지방분권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 책임질 때 결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 지방분권=사실 일본도 지방자치를 '떠밀려서 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계, 경제계, 노동계 등 각계에서 지방분권을 강력히 요구했다. 무엇보다 장기 경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정부 재정이 나날이 악화됐다.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경제의 탄력성이 떨어졌다. 중앙 집중식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 그 타개책으로 지방분권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지방분권 핵심도 결국 재정, 즉 '돈' 문제로 귀결된다. 재원 없이 늘어난 자율권은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권력 이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1년 시작된 삼위일체 개혁은 국고보조부담금 개혁·국가로부터의 세원 이양·지방교부세의 재검토를 의미한다. 이 개혁을 통해 일본은 2004~2006년 국고보조금 4조6,661억엔(약 45조300억원)을 삭감하고 지방교부세 총 5조1,000억엔(약 49조2,100억원)을 축소하는 대신 3조엔(약 28조9,500억원) 규모의 세원을 지방에 넘겨줬다.
그 결과 국가세입과 지방세입의 비율이 8대2에서 6대4 수준이 됐다. 최종적으론 4대6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전히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성 강화로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의 '눈치 보기'는 크게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8대2 수준에 머물러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장기 목표가 현실화한다고 해도 6대4 수준이다.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삼위일체 개혁에 대한 비판도 있다. 지방 세수의 비중은 늘었지만,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다 보니 실질적인 세수 증가는 미진했다.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고, 중앙정부의 재정 위기를 지역에 넘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대 강재호 교수(행정학과)는 “지역분권 개헌이 현실화하려면 지역에서도 효율성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 비중 조정은 매우 필요하기 때문에 요코하마의 녹지세처럼 필요하다면 지역단체장이 증세를 할 수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요코하마/한국지방신문협회=강원일보·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