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내 삶을 바꾸는 지방분권형 개헌]지역사회가 직접 주도한 도시재생…사람들이 돌아왔다

1부-분권개헌 선진국을 가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풍경. 지역이 자율성을 갖고 추진한 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요코하마는 성장하는 도시의 발판을 만들었다.

④푸른도시 살린 일본 자치재정 개헌

부산 닮은꼴 도시 日 요코하마

1983년 쇠퇴한 조선소 철수후

지속 가능한 도심 만들기 나서

20년동안 인구 43만여명 늘어

지방자치 바탕 '미나토…' 사업

기업 1,780개·고용 10만 성공

우리에게 '돌아와요, 부산항(1972년 발표)'이 있다면, 일본에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1968년)'가 있다. 두 곡 모두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항구도시의 정서가 듬뿍 담긴 대중가요다. 당시만 해도 부산과 요코하마는 둘 다 국내 최대 항구도시로 닮은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한 도시는 위기를 맞고 있고, 한 도시는 성장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390만명에 달한 부산 인구는 지금은 3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요코하마는 같은 시기 330만명이었던 인구가 되레 373만명으로 늘었다.

요코하마의 성장은 '미나토미라이21'이라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이 비결이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지방분권을 뒷받침하는 헌법이 원동력이 돼 가능했다.

■도시의 운명을 바꾼 도시재생=요코하마의 심장인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들어서면 도시적 세련미에 감탄하게 된다. 일본 두 번째 초고층 빌딩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296m)'를 비롯해 수십층의 고층빌딩들이 조화롭게 해안 도심을 채우고 있다. 비즈니스 타워부터 호텔, 쇼핑몰, 공연장은 물론 '코스모월드'라는 대형 놀이동산까지 들어서 있다.

놀라운 건 이들의 조화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건물이 낮고 하얀 외벽을 가진 곳이 많다. 바다와 멀어질수록 건물은 높고 색은 짙어진다. 그 덕에 도심 전체가 하나의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고, 통일성을 갖춘 건물들이 도시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곳곳이 녹지다. 건물 간격이 넓고, 곳곳에 공원과 쉼터가 있다. 1.86㎢의 구역 내 건물은 47%에 불과하다. 공원 등 녹지의 비중이 무려 25%다. 대도시 최고의 금싸라기 땅에 이렇게 녹지가 많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은 원래 조선소가 있던 공업단지였다. 일본 조선업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되던 1983년 미쓰비시 조선소를 옮기는 데 정부와 지역사회의 합의가 이뤄져 본격적인 재생 사업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시해 난개발을 피하고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 도심을 만들겠다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현재 입주기업은 1,780여 개에 달하고 고용인원도 10만명을 훌쩍 넘는다. 2010년보다 입주기업은 400개가량, 고용인원은 3만명가량 늘어났다.

사업주체 중 한 곳인 법인 '미나토미라이21'의 우르시 미나 위원은 “연 관광객도 7,700만명이다. 지금도 대규모 거리 구역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에 필요한 것을 제일 잘 아는 지역 시민의 뜻이 반영돼 가능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지역 스스로 이뤄낸 번영=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 비결은 '조화로운 개발'과 이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 온 '지속성'이다. 지역사회가 사업의 주체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947년 신헌법이 제정되면서 현대적 형태를 갖춘 지방자치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접 꿈꾸는 도심을 그려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헌법을 토대로 한 지방분권추진법의 시행으로 국방 같은 전국적 사안이 아니라면 지역의 일을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이 확고히 서면서 맺은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미나토미라이21 일대의 개발 논의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안은 쇠퇴하는 공업지역을 빌딩 숲으로 대체하는 것이었고, 지역사회는 반대했다. 그러다 1980년대 요코하마시와 지역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미나토미라이21 개발 계획을 세워 사업이 현실화했다. 그 덕에 철저히 지역사회 중심으로 도심재생이 진행됐다. 건물 하나하나의 색감도 시민의 의견을 구해 결정했고, '미래의 항구'라는 뜻의 사업 명칭도 주민 공모로 얻었다.

미나토미라이21은 국책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요코하마시 그리고 토지소유자·지역 기업 등 민관 차원에서 출자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과 함께 중앙정부도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사업 관리 및 조정 업무를 비롯해 기반시설 건설까지 큰 틀은 철저히 시가 맡고 있다. 상업시설 등의 전반적인 관리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이 담당한다. 정부의 역할은 공공청사 건설 같은 것에 머물러 있다. 운영자금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역 민간사업자들이 내는 운영비, 자체 수익사업으로 각각 3분의 1씩 충당된다. 전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지역 내 주체성과 책임감이 생기고, 이상적인 도시재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부산시 박동석 기획담당관은 “미나토미라이21은 자율권을 확보한 지역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먼 미래를 내다본 요코하마시민의 성숙함도 중요했다”며 “지역의 대형 국책 사업들이 중앙행정의 무관심 또는 간섭으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와 비교하면 굉장히 부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요코하마/한국지방신문협회=강원일보·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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